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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코인·주식 안 하면 희망 없어” “지방 일자리 못찾아” 2030 절망과 분노

등록 2021-12-03 04:59수정 2021-12-03 11:49

[20대 대선 MZ세대가 말한다]
②부동산과 보유세

열심히 살면 집 살 수 있다 믿었는데
이젠 꿈도 꾸지 말라는 현실에 분노

집값 비싸도 수도권 몰릴 수밖에
대학생 “월세 비싸 부모에 죄송”
“대체 이 정권 뭐했나 생각 들어”
2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들. 연합뉴스

“저는 30대 초반이고 아이가 두 명이 있는데도 집이 없거든요. 양가 부모님 모두 집이 없어요. 저희 같은 사람들은 아파트 분양권을 받아도 계약금 10%가 없어요. 잔금을 낼 자신이 없어서 청약 자체를 못 넣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인데 기사를 보면 어떤 사람은 집을 600채 갖고 있다고 하고 10살도 안 됐는데 집이 있다고 해요. 거기서 너무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오는 거예요.”

강원도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는 34살 직장인은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 않은 ‘주거 불평등’의 생생한 사례를 쏟아냈다. 서울의 빌라에서 55만원짜리 월세로 신혼 생활을 시작한 그는 쌍둥이를 낳은 뒤 고향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남편은 케이티엑스(KTX)로 서울까지 출퇴근을 한다. 그는 “교통비를 모으면 집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사이 서울 집값이 너무 올라 지하 단칸방도 못 갈 수준이다. 2년 뒤엔 여기 전세도 오를 텐데 애들을 다 데리고 이사할 생각을 하니까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겨레>가 지난달 23~25일 여론조사기관 휴먼앤데이터와 함께 20대 초반~30대 초반의 남녀 28명을 네 그룹으로 나눠 진행한 ‘표적집단 심층면접’(FGI)에서 확인한 부동산 민심은 ‘절망’ 그 자체였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나오고 취업까지 성공했다고 해도 이미 너무 오른 집값은 이들에겐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었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28명의 이름은 나이·성별에 따라 ‘2초여1’(20대 초반 여성 1)과 같은 방법으로 표기했다.

부동산 민심 폭발…“계급 상승 통로는 코인·주식 투자뿐”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2후남5는 “대학도 나왔고 취업도 했다. 차를 산 친구들도 많다. 그런데 집에서 완전히 걸려버린다”고 했다. “대학을 나와서 취업을 하면 보통 초봉이 3500만원에서 4천만원”인데 “1년에 1천만원 저축을 하면 30년을 벌어야 3억원”이기 때문에 “비트코인이나 주식이 아니면 절대 집을 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2후남1도 “대학 나와서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 사고 차 사고 이러면서 노후 준비까지 쫙 이어지는 그런 라이프 사이클을 믿어왔고 내가 열심히 노력만 하면 평범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이제 다음 스텝은 차 사고 집 사는 건데 ‘너희는 꿈도 꾸지 마!’ 이렇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내가 잘못 살았나’ 하는 자괴감도 든다”고 했다.

주거 고민은 20대 초반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취업도 하기 전부터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2초여1은 “부동산 고민은 아직 멀었다고 주변 어른들이 말씀하는데 개인적으로 머지않은 미래라고 느낀다”며 “취직과 동시에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내 삶을 살 수 있다. 그 시작점이 주택이다. 그런데 사회 초년생 임금을 모아서 살 수 있는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저와 함께 주변 친구들 모두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대학생인 2초여2도 “미래에 태어날 세대들은 1억씩을 빚을 지고 태어난다는 말이 크게 와닿는다”고 했다. 이들에겐 당장의 월세 해결이 눈앞에 닥친 문제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2초여7은 “제 주변은 다 월세로 살고 있는데 굉장히 부담스럽다. 안심대출로 전세를 구해보려고 해도 여자 혼자 살기엔 위험한 지역이 많다. 5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의 월세를 매달 내야 하는 상황이 평균적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서울에서 자취 중인 20대 남성들도 “월세가 너무 비싸서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2초남4), “과외를 해도 월세로 다 나가기 때문에 자산을 형성할 만한 여윳돈이 모이지 않는다. 월세 지원도 필요하다”(2초남2)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은 단순히 ‘내집 마련이 힘들다’는 차원을 벗어나 있었다. 임금이 매달 차곡차곡 쌓여도 이보다 몇십배로 수직상승하는 부동산 앞에서 무력화됐다. 청년들이 ‘영끌’을 통해 무리해서 집을 사거나 비트코인과 주식에 폭발적인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직을 준비 중인 2후여3은 20대들의 ‘영끌’, ‘빚투’ 현상에 대해 “근로소득이 자본소득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리니까 (무리해서라도) 내가 집을 사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2초남6도 “윗세대들이 우리에게 만날 내집 마련하라고 얘기해놓고 이제 와서 사지 말라고 한다”며 “주변 친구들이 주식이나 코인을 하는 이유도 계급 상승의 욕망이 막혀 있는 것이 크다”고 했다. 2초여7도 “20대에 저축을 해서는 부동산을 살 수 없는 현실이라 내 주변에선 다들 자포자기한 것 같다”며 “그래서 불로소득에 더 욕심을 내고 코인이든 주식이든 막 투자를 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역으로 가고 싶어도 일자리 없어 못 가”

“집 때문에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저는 강원도 가서 살고 싶거든요. 강원도는 평수도 넓은데 얼마 안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가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거예요. 제가 서울에서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하고 선뜻 가지도 못하겠더라고요.”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체육강사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2후남4의 이야기다. 지방으로 가고 싶어도 일자리 때문에 포기했다고 했다. 살기 힘들 정도로 집값이 비싸도 젊은이들이 수도권에 묶여 있는 이유다. 로스쿨 진학을 준비 중인 2후여5는 “뉴욕이나 런던 등 다른 나라의 대도시가 서울보다 집값이 훨씬 비싸긴 하다. 그런데 그런 나라들은 수도에 모든 게 집중된 현상은 없다. 미국은 대도시가 엄청나게 많고 다른 도시에 가도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한국은 제2의 도시라고 하는 부산만 해도 일자리가 없다. 일을 구하려면 무조건 서울이나 경기권에 집을 구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2후남1도 “주거 여건은 지방이 훨씬 좋겠지만 거기엔 사회적 인프라나 돈벌이 수단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올라온 친구들이 많다. 월세 계약이 끝나면 옮겨다니는 떠돌이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고 전했다.

주거 불안은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 비판으로 이어졌다. 3초남3은 “지난주에 이사를 했는데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현 정권에) 애정이 많이 식었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갈 데가 없다. 대체 이 정권은 뭐 했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기세등등하게 집값을 잡겠다고 1가구 1주택을 내세우더니 박주민 의원이나 김상조 실장도 알고 보니 건물주에다 전세까지 올렸더라. ‘너희부터 안 지키네! 이것들아!’ 하는 심리로 더 열이 받는다”고 했다.

250만호 공급한다지만…“임대주택이나 전전하라는 건가”

청년 세대에게 주거는 절박한 문제이지만 ‘임기 내 250만호 공급’이라는 거대양당 대선 후보들의 물량 공세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50만호 중 100만호를 장기 임대주택인 ‘기본주택’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시세차익의 70%를 보장해주는 ‘청년 원가주택’ 30만호 공급을 약속했다. 2초남2는 “청년 주거문제 해결 공약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대책으로 나온 청년주택이나 임대주택은 다시 팔아서 재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들어가서 사는 거다. 이건 윗세대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윗세대는 주택을 이용해 투자했고 그걸로 많은 이익을 봤는데 이 문제가 심각하니까 ‘2030 너희들은 투기하지 마. 집은 그냥 사는 거지 투기 대상이 아니야’라고 한다면 사실 조금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원강사로 일하는 2초여4는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의 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했다. 그는 “‘집이 부족해? 공급해줄 테니 여기서 살아!’라고 하는데 행복주택 같은 걸 보면 무슨 닭장 같다. 돈이 없는 사람은 퀄리티가 낮은 집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거 자체로 또 하나의 계급이 나뉘는 게 아닌가”라며 “돈 없는 서민들은 나라에서 공급해주는 임대주택을 평생 전전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2초여8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임대주택보다는) 집을 소유하고 싶다.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집을 갖고 있는 게 좀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년에게 불리한 청약제도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3초남4는 “(청약을) 지원해봤는데 떨어졌다. 많은 서류를 준비하는 데도 엄청나게 오래 걸렸는데 떨어지니 ‘어차피 떨어질 걸 또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안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3초여1처럼 계약금이나 잔금을 치를 자신이 없어서 청약을 넣지 못한다는 청년도 여럿이었다.

내집 없어도 보유세 정책엔 찬반 엇갈려

청년들은 내집 마련의 꿈이 멀어져 가는 현실에 좌절하면서도 국토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 소유자에 대한 보유세 정책을 놓고는 찬반이 엇갈렸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자취를 하고 있는 2초남4는 “국토보유세는 땅도 없고 집도 없는 내 입장에서는 이기적으로 보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자면 땅만 있고 돈은 잘 못 버는 분들, 아니면 겨우겨우 집을 사서 이제 편안하게 살려는 분들에게 국토보유세를 내라고 하면 힘들어질 것 같다”고 했다. 2초남1도 “이미 집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 가운데서도 벌이가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세금 문제가 가슴이 아플 거라고 생각한다”며 “고가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높은 세금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대안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런 우려는 조세 정책 효용성에 대한 의문과도 연결돼 있었다. 2초남5는 “국토보유세는 나 같은 서민의 입장으로서 당연히 좋지만, ‘걷은 세금이 과연 나한테 올까’ 하는 의문이 너무 커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2초남6도 “국토보유세는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금이 그렇게 크게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개인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 과세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2초여6은 “어머니가 최근에 집을 샀는데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집 때문에 대출이 안 나오더라”며 “그 집엔 할아버지가 살고 있어서 당장 집을 팔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정책들을 좀 더 상황에 맞게 구체적으로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보유세 강화를 찬성하는 의견도 많았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2후남2는 “(윤석열 후보가) 종부세를 뜯어고쳐서 세금을 적게 내게 만들겠다고 했는데 ‘정부의 역할을 줄여서 뭘 하겠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갈수록 노인들은 많이 생겨나고 복지가 계속 늘어나야 하는 추세인데 국세를 줄이면서까지 왜 이런 것들을 개혁해야 되는지 의문점이 있다”고 했다. 3초남5도 “ 아무리 자유시장주의여도 빈부격차 감소를 위해서 있는 사람들 것을 조금 더 받아서 없는 사람들한테 나눠줘야 한다고 학교에서 배웠다. 이런 정책들은 찬성한다”고 했다. 2후남1도 “종부세의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나는 물려받을 것도 없고 소위 말하는 흙수저 집안에 태어나서 (복지 혜택을 받는) 수혜자로 들어간다. 현재와 같은 종부세 정책에 찬성한다”고 했다.

강원도에서 아이를 키우는 3초여1은 최근 ‘종부세 폭탄’ 논란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역은 평균 집값이 3억이고 싼 데는 1억대예요. 근데 저는 그 정도 집도 못 가는 거예요. 압구정 아파트 세 채, 마포와 강남에 한 채씩, 이렇게 사는 사람들의 종부세가 얼마래요? 저 같으면 낼 거 같거든요. 재산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밸런스(균형)를 맞추는 게 대안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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