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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통합 내세운 문 대통령 ‘박근혜 사면 불가’ 뒤집었다

등록 2021-12-24 19:33수정 2021-12-25 02:00

구속 4년9개월 만에 특사 단행
대선 쟁점화 전 결자해지 분석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특별사면·복권됐다. 2017년 3월31일 구속된 지 4년9개월 만이다. 정부는 오는 31일자로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일반 형사범 3094명을 특별사면·감형·복권한다고 밝혔다. 복권 명단에는 9억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돼 2017년 만기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전직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이던 문 대통령의 연말 특사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연초 ‘사면 불가’에서 조금씩 누그러져

문 대통령은 올해 초만 해도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에 부정적이었다.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제안했지만, 문 대통령은 새해 회견에서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완고하던 태도는 올해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뒤 질의응답에서 조금 누그러졌다.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까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 우리 사법의 정의, 형평성, 또 국민들 공감대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안타깝다고 말했는데 그만큼 사면에 대한 고민은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연말이나 대선 뒤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원로들 사면 건의에 문 대통령, 대선 뒤 아닌 연말로 택일

여권 인사들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가 잇따른 게 대통령의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시민사회 원로들은 “고령의 전직 여성 대통령을 너무 오래 가두면 박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가급적 해를 넘기기 전에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 다음 대통령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 20일과 21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이전부터 (박 전 대통령 사면)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은 어차피 문 대통령이 재임 중에 털고 가야 할 숙제인데다, 대선에서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요구에 따라 수사를 해왔지만, 이 탓에 ‘보복정치’ 이미지가 남아 있기도 했다”며 “다음 정부에 넘길 수도 있는데 문 대통령이 결단한 것은 이런 이미지를 본인이 결자해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대선 이후 대통령 당선자의 건의를 받는 방식의 사면도 가능하지만, 문 대통령이 문제를 피하지 않고 연말 특사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낸 일곱 문장의 입장문에서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사면을 반대한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말한 것도 이런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보다 긴 4년9개월을 복역하면서 건강 상태가 나빠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허리 디스크 등으로 지난달 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박 전 대통령은 지병 외에도 치과와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치료도 받고 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대목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소견서에 눈에 띌 정도의 대목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건강이 급속히 악화할 경우 직면할 정치적 부담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이명박도 고령인데 사면 제외…‘대선 노림수’ 논란

다만 69살인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서 80살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것 때문에 대선을 고려한 ‘야권 분열 전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청와대는 국민 정서와 복역 기간의 차이 때문일 뿐 정치적 고려는 없다고 설명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구속 기간이 연말 기준 연수로 4년9개월이 되지 않느냐. 전두환·노태우씨에 비해 2배가 넘는 기간을 수형한 것”이라며 “이와 비교해 이 전 대통령은 고령이긴 하지만 구속 기간이 연말 기준 780일가량이라는 점 등도 고려해서 (특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이완 기자 yj@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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