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상임고문 및 고문단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대표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정면 충돌한 다음날인 11일, 청와대는 일단 추가 대응은 자제한채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윤 후보가 이를 거부한 상황에서,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윤 후보가 앞으로 어떤 인식을 보이는지 지켜봐야 한다. 당장은 더이상 이야기 할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초강경 발언을 한 만큼 추가로 덧붙일 말은 없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사흘 연속 맞대응할 경우, 적폐 수사 논란이 정치 공방으로 비춰질까 부담스러운 시각도 있다.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고, 코로나19 확산 등 민생이 어려운 만큼 여론의 동향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청와대 안에선 이번에 확실히 윤석열 후보에게 따져 물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후보가 사과하냐 안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중에) 검찰을 동원해 정치 보복을 할지 안할지, 아니면 통합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건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뉴스통신사 교류협력체 ‘아태뉴스통신사기구’(OANA)의 의장사인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서면인터뷰를 한 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아태뉴스통신사기구 합동취재단
여권은 이날도 “(윤 후보가) 사과할 때까지 항의하겠다”며 총력 태세를 이어갔다. 전직 민주당 국회의장·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민주당 상임고문단 및 고문단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위험하고 또 위험한 일이 검찰총장 출신인 제1야당 후보가 노리는 검찰 공화국의 시대, 검찰 독재 정치의 현실화”라며 “촛불 정신으로 탄생한 현 정부에 대해 적폐수사 운운하며 정치 보복의 마각을 드러낸 충격적 사고에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원기·문희상·임채정 전 국회의장과 정대철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 27명도 이날 규탄 성명서를 내어 “정치보복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우리 국민은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드려야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금과 같은 총력 태세를 당분간 이어갈 방침이다. ‘문재인 지키기’를 앞세워 당내 결속 강화와 지지층 결집을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우상호 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후보가) 사과를 하지 않으면 중도층까지 다 떠나갈 것이다. 사과 할 때까지 저희는 항의하고 규탄할 것”이라며 “거기(중도층)와 호남 일부 층이 (민주당 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동시에 맹공하고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대선 과정에서 통상적인 이야기에 극대노 하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권심판 여론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본인들이 급발진해놓고 수습이 안 되니 윤 후보에게 ‘사과해줘’라고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덧붙였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 말 한마디에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조작해 혈세 7천억원을 공중 분해한 범죄와 이 후보와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을 그대로 덮어야 하느냐”며 “어느 정부든 실정법을 위반하고 국고에 손실을 끼쳤으면 의법 처리하는 게 법치주의고 정의”라고 주장했다. 송석준 의원은 “내가 하면 적폐 청산, 남이 하면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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