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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11년의 철수, 철수, 철수, 철수…뒤집은 ‘다당제 소신’ 왜?

등록 2022-03-03 19:28수정 2022-03-08 02:33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안, 정치인생 11년간 굵직한 ‘철수’만 4번
다당제 강조하면서 제1야당과 합당 ‘모순’
지지율 정체 속 완주 실익 없다 판단한 듯
‘선거비용 보전’ 문제 작용했다는 분석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포옹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포옹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 데는, ‘정권교체’ 실패 시 책임론을 피하고 동시에 보수진영 안에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1년 정치 입문 이후 ‘새정치’와 ‘다당제’ 소신을 강조해 온 그가 제1야당과 합당하는 모순적 행보를 보인데 대한 비판이 많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윤 후보와 공동선언문 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단일화 배경에 대해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면서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바친 사람”이라며 “제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요구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요구’를 접은 데 대해선 “이미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이 지났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이후 “대통령이 될 사람은 최소한 어떤 머리를 빌릴 것인지 아는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람(윤 후보)이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는가. 1년만 지나면 그 사람 뽑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 (2월23일, 울산)” “마라톤 풀코스 3번 완주했다…(대선) 완주합니다. 반드시.”(2월28일, 전북 고창) 등 윤 후보에 대한 원색 비난과 완주 의지를 피력해왔다.

안 전 후보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1일이다. 그는 “중요한 어젠다에 대해 논의하자고 한다면 어떤 정치인이든 만날 용의가 있다”며 단일화 논의에 여지를 남겼다.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달 28일 호남 유세를 마친 뒤 선대위원장들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냈고, 안 후보도 결판을 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주변의 ‘무허가업체’를 물리치고 윤 후보를 직접 만나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본부장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다시 대리인으로 나서 만남을 주선하게됐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사전투표 직전까지를 실질적인 마지노선으로 판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직자의 90%가 단일화를 원한다는 말까지 나올만큼 안 후보 주변 요구가 컸던 건 사실”이라며 “안 후보가 이대로 완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당해 개혁을 주도하자는 현실론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안 전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완주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쪽 진영이 더욱 강하게 결집하는데다 국민의힘이 표로 전략적 단일화를 호소하고 나서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끝내 10%를 넘지 못하면 선거 비용을 전혀 보전받지 못하는 현실적 문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윤 후보가 최근 협상 내용을 공개하며 책임을 전가하면서, 만일 윤 후보가 패배할 경우 그 책임이 온전히 자신에게 덧씌워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전 후보로서는 ‘조건 없는 단일화’를 내세워 보수정권 내 공간을 확보해 향후 정치 행보를 도모하는 ‘실리’를 택한 셈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입법 활동을 했습니다만, 그걸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업무는 하지 못했다. 할만한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단일화를 지렛대로 삼아 차기 정부 국무총리 등 입각 계획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다당제는 여전히 본인 소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선거의 승패에 상관없이 민주당이 애기한 다당제에 기반되는 내용을 함께 합의해 진행하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제1야당과 합당을 선언한 마당에 다당제 발언은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런 내용을 윤 후보도 동의한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후보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을 “선거를 앞둔 정치쇼”라고 폄하해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 후보를 뽑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고까지 해놓고 갑자기 단일화 한 데 대해서 국민적 실망감과 분노, 정치적 치명상은 당분간 가라앉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10년 내내 비례대표 확대와 다당제를 주장하면서 항상 단일화와 합당을 선택했다”며 “실제로는 본인 실리를 챙기면서 입으로만 명분과 대의를 부르짖는다”고 비판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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