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직후, 국민의당 누리집 자유게시판과 유튜브 채널 등에는 지지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또 이미 투표권을 행사한 재외유권자들은 두 후보의 단일화로 자신의 표가 “무효표가 됐다”고 허탈해하며, 재외국민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투표 뒤 후보 사퇴를 제한하는 일명 ‘안철수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을 올라기도 했다.
안 전 후보와 윤 후보의 단일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민의당 누리집은 당원·지지자들이 몰려들면서 한때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날 오후 3시께 국민의당 자유게시판에는 단일화와 관련해 200개에 가까운 게시글이 올라왔다. 전날 하루 동안 올라온 게시글(40여개)에 5배 수준이었다.
국민의당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안철수의 판단이 옳았다는 걸 알게 될 것”(차현옥)이라며 안 후보의 ‘결단’을 환영하는 글들도 일부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이뤄진 단일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다수를 이뤘다. “가족 모두 국민의당 당원”이라고 밝힌 장소연씨는 이날 국민의당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이번만은 완주하실 줄 알았다. 국회에서 다짐했던 그 용기는 어디로 갔냐”며 “이 순간부터 안철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저뿐 아니라 가족 모두 지지를 철회한다”고 적었다. 마경석씨도 “거대 정당을 견제하고 기득권 세력의 이익에 반해 실리를 추구하는 다당제라는 (안 전 후보의) 소신에 존경을 담아 지지했다. 그러나 오늘 단일화 소식을 듣고 모든 게 무너졌다”며 “많은 지지자가 안철수의 결정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지지자 김유효씨는 “안철수를 외치며 장애가 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추운 날 유세 현장까지 가서 힘을 보탠 것이 허망한 오늘”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탈당 및 후원금 반환을 문의하는 글들도 이어졌다. 김도환씨는 “실망감과 화가 나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탈당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박성진씨는 “(안 전 후보의) 바라보는 세상과 신념, 생각을 지지했다. 하지만 후보가 다른 길을 선택했으니, 지지자들도 다른 선택을 해도 된다고 본다”며 탈당하겠다고 했다.
안 전 후보의 유튜브 채널 <안철수>에도 비슷한 비판이 이어졌다. 안 후보가 단일화 결정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업로드된 영상에는 “(안 전 후보의 사퇴에) 속상하고 허탈하다”(이시연), “안 전 후보의 가치관이 정말 뚜렷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또 속았다”(클로이 천)는 비판 등 이날 오후까지 8000개에 가까운 댓글들이 달렸다.
지난 23~28일 전세계 115개국 219개 투표소에서 재외국민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도 자신의 표가 “무효표가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미국 중부에 사는 이아무개(32)씨는 <한겨레>에 “투표를 하기 위해 16시간을 운전해서 갔다. 단일화 결정으로 본의 아니게 무효표를 행사하게 된 재외국민들이 허탈해할 마음에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에 사는 이아무개(29)씨는 “동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강해 영주권을 매번 갱신하는 수고를 하면서도 캐나다 시민권을 따지 않았다. 재정적으로 빠듯한데도 (투표소로 이동하는 데) 많은 돈을 써가며 안 후보를 뽑았는데 이번 단일화를 보고 ‘내가 신뢰했던 후보가 표를 홀랑 태워버렸다’고 화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북부에 거주하는 이아무개(30)씨는 “주6일 일하고 일주일에 쉬는 하루를 투표에 바쳤다. 양당제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주변에서 ‘안철수 찍으면 사표’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투표를 하고 왔는데 내가 지지한 후보가 내 표를 사표로 만든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재외국민들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재외국민 투표 종료 이후 후보 사퇴를 제한하는후보 사퇴를 이른바 ‘안철수법’을 제정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투표를 다 끝낸 이후의 후보 사퇴로 인한 강제 무효표 처리는 그 표를 던진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다. 재외국민 투표자들의 진정한 투표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후보 사퇴 기한을 재외국민 투표자 투표 이전으로 제한하는 ‘안철수법’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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