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을 뽑는 이번 대선은 역대급 혼전이었다. 유력후보들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며 ‘비호감 경쟁’으로 불렸고 유권자들은 그런 ‘악조건’ 속에서 앞으로 5년을 이끌어갈 차선 또는 차악의 리더를 선택해야 했다. 혼전과 접전이 이어졌던 이번 대선 경쟁을 5가지 장면으로 결산했다.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입니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과 사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특히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씨)
대선후보의 배우자는 그동안 반려자의 ‘큰 꿈’을 조용히 뒷받침하는 존재였다. 반려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배우자는 ‘베갯머리 송사’가 가능한 최측근이 되기 때문에 도덕성은 당연히 갖춰야 하는 덕목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유력 후보의 배우자들은 도덕적인 물의를 일으키며 배우자가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주가조작, 무속 의존 등 갖가지 논란이 의혹으로만 존재했던 ‘김건희 리스크’는 지난해 12월14일 언론 보도로 확인된 허위경력 이력으로 현실이 됐다. 윤석열 후보는 사흘 만에 사과했지만 허위경력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며 상황은 계속 악화했다. 결국 김건희씨는 12일 만에 직접 공개석상에 섰다. 대선후보 배우자가 대국민 사과로 공개 행보를 시작하는 첫 사례이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김건희씨의 사과 기자회견은 6분이었다. 그는 직접 작성했다는 1089자의 원고를 읽으며 허위경력 이력을 인정했지만, “저는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줄 수 없게 됐다”는 등의 감성적 대응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인터넷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녹취’로 다시 입길에 오른 그는 윤 후보와 동행하는 공개 일정 없이 대선을 마쳤다.
‘배우자 리스크’를 남의 일로 여겼던 더불어민주당은 설 연휴 직전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개인적인 일에 경기지사의 비서가 동원됐다는 폭로를 맞닥뜨리게 됐다. 경기도청 배아무개 사무관이 사실상 김혜경씨 비서처럼 일했고 그 하급자도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는 내용이었다. ‘갑질 피해자’의 내부 고발이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동기가 불순하다’며 메신저를 공격하면서 비판 여론은 더 커졌다. 이재명 후보가 사과했고 김혜경씨도 폭로 12일 만에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모습을 드러내 460자 분량의 사과문을 읽었다. 김혜경씨는 “모두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3차례 고개를 숙였다. 공개 사과 이후에도 김혜경씨 살림살이에 법인카드가 유용됐다는 의혹까지 터져나왔다. 설 연휴 전까지 이 후보를 대신해 지방을 돌던 김혜경씨는 활동을 중단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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