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김혜경씨가 9일 자택 근처 투표소를 방문해 홀로 투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도 집 근처에서 지난 4일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두 후보의 배우자들은 모두 남편과 떨어져 홀로 한 표를 행사했다.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뒤 두 배우자들은 공식 선거운동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력 대선후보 배우자들이 투표도 혼자 하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은둔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혜경씨는 일반인 투표마감 시각을 40분 앞둔 이날 오후 5시20분께 수행원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초림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과잉 의전’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한 뒤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흰색 상의에 감색 코트를 걸친 김씨는 투표 뒤 아무런 말 없이 귀가했다.
앞서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지난 4일 홀로 자택 인근인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당시 그는 빨간 목도리와 양말을 착용했다. 윤 후보는 같은날 부산에서, 이 후보는 서울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4명 모두 혼자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초림초등학교에 설치된 수내1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주가조작, 무속 의존 등 갖가지 논란이 의혹으로만 존재했던 ‘김건희 리스크’는 지난해 12월14일 허위경력이 언론 보도로 확인되면서 현실이 됐다. 허위경력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며 상황은 계속 악화했고 김건희씨는 결국 12일 만에 국민의힘 당사에 나와 사과했다. 대선후보 배우자가 대국민 사과를 위해 공식석상에 처음 등장하는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뒤이어 ‘7시간 통화 녹취’로 다시 입길에 오른 그는 윤 후보와 동행하는 공개 일정 없이 대선을 마쳤다.
설 연휴 직전엔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 수발에 경기도청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배아무개 사무관이 사실상 김혜경씨 비서처럼 일했고 그 하급자도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는 내용이었다. 김혜경씨도 폭로 12일 만에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나와 사과문을 읽었다. 공개 사과 뒤에도 김혜경씨 살림살이에 법인카드가 유용됐다는 의혹까지 터져나왔다. 이 후보를 대신해 지방을 돌던 김혜경씨는 활동을 중단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