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5월10일 취임 이후에도 현재 머물고 있는 금융감독원 연수원(통의동) 집무실을 사용하면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지하벙커)를 오가며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까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지하벙커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는 윤 당선자의 강한 의지에 따른 고육책으로 새 대통령 집무실이 마련되기 전까지 약 2개월 동안 임시로 이런 동선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자는 또 ‘집무실 용산 이전’ 때까지 서울 서초동 집에서 통의동 집무실로 출퇴근할 예정이어서 대통령의 업무·생활 거점이 통의동·서초동·청와대 3곳으로 쪼개지게 된다. 안보위기와 재난 등 유사시에 신속한 대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선자가 통의동 집무실에서) 국방부까지 가려면 너무 멀기 때문에 비상상황이 생기면 청와대에 있는 위기관리센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최소 2개월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집무실을 이사하고, 리모델링 기간을 고려하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벙커를 제외한 청와대 시설은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5월10일부터 모두 개방하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당선자가) 청와대에 안 들어가는데 개방 못 할 이유가 있냐”며 “시설물 안에 들어가는 건 안전문제도 있고 하니까 미리 확인해야 할 점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정비 없이) 모두 개방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자는 전날 문 대통령이 ‘충분한 준비’를 권고하며 집무실 이전에 제동을 걸자 담담한 어조로 “집무실 이전이 늦어져서 내가 불편한 것은 감수할 수 있지만, 국민과 했던 약속을 저버리는 건 감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윤 당선자 쪽은 대통령의 거점이 3곳으로 분산되는 상황을 새 집무실이 마련되는 기간으로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정권 이양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당선자가 불안정한 동선을 자청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 집무실은 안 들어가겠다고 하면서 청와대 지하벙커나 헬기장은 이용하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외국사절도 많이 오고 안보상황도 민감할 때인데 대통령이 집무실에 없고 외곽에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통의동 집무실은 보안도 취약하고, 집무실이 좁아 참모들이 있을 공간도 마땅치 않다”며 “대통령이 정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고립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자가 서울 서초동 집에서 통의동 집무실까지 12㎞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선자가) 서초동에서 오실 가능성이 크다”며 “(교통 문제 등은) 국민들이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도록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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