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방부가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지난 14일 처음으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전제로 한 계획 수립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집무실 이전 계획을 공식 발표하기 불과 엿새 전에 이전 계획안을 요청한 것이 드러남에 따라 ‘졸속’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아울러 윤 당선자 쪽이 발표한 1200억원의 합동참모본부 이전 예산에 관해서도 “그보다는 훨씬 많이 든다”고 반박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지난 14일 인수위가 국방부 청사 방문 및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전제로 국방부 본관동을 비울 수 있는 계획 수립을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서 장관은 “이튿날인 15일 인수위 쪽에서 ‘민간 임차와 건축물 신축 없이 최대한 기존 건물을 활용하고 3월31일까지 이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 장관의 설명대로라면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는 국방부에 이전 계획을 달라고 한 뒤 엿새 만에 이전을 전격 결정한 것이 된다. 윤 당선자는 20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윤 당선자는 당시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는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대안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지만,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당선 나흘 뒤인 14일에야 비로소 이전 계획을 요청했다.
국방부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비용이 인수위가 내놓은 496억원을 훌쩍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장관은 특히 인수위가 추정한 국방부 이전 예산 118억원에 관해 “향후 분산 배치된 국방부 부서들을 통합·재배치하고 정상적인 업무 여건을 다시 확보하는 등의 예산은 현재 검토 중으로 조심스러운데, 잠정적으로 (보고)받아 본 것이 420여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인수위 추정보다 3.5배 이상이 든다는 것이다.
전날 인수위 쪽이 1200억원이라고 추가한 합참 이전 비용 역시 낮게 추계했다고 반박했다. 서 장관은 “현재 합참 청사를 2010년 신축할 당시 1750억원가량 소요됐다”며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고 합참 근무자들의 숙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합참이 현재 건물 수준으로 새 건물을 지으면 2200억원에서 30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데 동의하냐”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현재와) 똑같이 만든다면 (예상 소요 예산이) 훨씬 더 크다”고도 했다. 서 장관은 이전 시기에 관해서도 “4월에는 한-미 연합연습이 있고 좀 위험하고 부담스러운 시기”라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따른 방공시설 추가 설치 문제도 거론됐다. 인수위는 전날 청와대 주변 반경 8㎞인 비행금지공역을 집무실 이전 뒤에는 국방부 중심 반경 3.7㎞로 축소하면 용산·남산 일대에 군사시설을 추가로 구축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 장관은 “(비행금지공역과 추가 방공시설 설치를) 추후에 검토해야 할 문제다. (대통령) 경호 경비에 맞게 재배치 검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서 장관은 윤 당선자가 6월쯤 국방부 주변 미군기지를 반환받는 즉시 시민공원으로 개방하겠다고 한 것에 관해서는 “환경오염 정화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방위에서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집무실 이전 계획을 집중 비판했다. 설훈 의원은 “이렇게 옮기게 되면 ‘뭐가 씌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국민들이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인수위 방어’에 주력했다. 성일종 의원은 “국정 공백, 안보 공백 걱정하는데 신권력과 구권력이 협력하면 되는 거 아니냐. 왜 이렇게 정치공세를 하고 발목을 잡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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