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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현장에서]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등록 2006-02-20 19:24수정 2006-02-21 02:29

판사 임명식에 분 국민의 ‘봄바람’
이용훈 대법원장, 판사 임명식에서 쓴소리
신임판사 111명과 예비판사 92명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이 열린 20일 대법원 1층 대강당. 나이 지긋한 촌로와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판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이들을 축하하러 온 가족들이었다. 사법부 수장인 이용훈 대법원장과 203명의 신임·예비 판사들이 입은 검은색 법복이 자아내는 위압감을 누그러뜨리고도 남을 편안함이 있는 풍경이었다.

1시간 가까이 200명이 넘는 판사들에게 일일이 임명장을 건넨 이용훈 대법원장의 ‘훈시’가 시작됐다. 새 판사들에게 전하는 이 대법원장의 메시지는 굵고 강했다.

“우리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합니다.” 가진 자에 대한 관대한 처분이 사법 불신을 불러왔다고 판사들을 질책한 최근 일련의 발언들과 궤를 같이하는 당부다.

어린아이의 귀여운 옹알이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이 대법원장의 당부는 이어졌다. “여러분이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은 피곤하고 어려운 삶에 지친 시민들입니다. 어디 한 군데 마음 놓고 호소할 길이 없어 마지막으로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여러분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법관들은 이런 사람들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넓은 아량을 가져야 합니다.”

이날 판사 임명식에 가족들이 참여한 것이나, 대법원장이 200명 넘는 신임·예비판사에게 일일이 임명장을 건넨 것은 모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 대법원장이 그동안의 관행을 바꿔 가면서까지 애써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는 어찌 보면 간단한 것이다. 바로 ‘가진 자에게 엄격하고, 약자의 아픔은 어루만지라’는 당부다. 새로 첫발을 내딛는 판사들이 이 당부를 깊이 새겨 재판 현장에서 실천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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