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두고 공방을 주고 받으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인수위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반대 발언을 이유로 법무부의 업무 보고를 유예한 것에 대해 25일 “치졸한 행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인수위는 박 장관의 행동이 “무례한 것”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인수위의 업무보고 유예는) 치졸한 행태”라며 “주무 부처로서 뜻이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고 정상적 업무보고를 거부하는 것은 법무부를 정권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벌써부터 제왕적 통치로 정부 기관과 공직자들 줄세우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은 법사위를 즉각 소집해서 검찰 제도 개악 음모를 파헤쳐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수위의 ‘업무 보고 유예’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민주당은 법무부의 수사지휘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에 “수사지휘권은 검찰의 견제를 위해서 꼭 필요한 장치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비대위원인 조응천 의원도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사지휘권은 자의적인 과다한 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아직까지는 있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전날 법무부 업무보고를 거부한 인수위는 오는 29일 업무보고를 받겠다고 밝히면서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반대 발언 등을 두고 “상식에 반하는 처사” 등과 같은 격앙된 반응을 이어갔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박 장관의 입장 표명을 두고 “무례한 것”이라며 “보고를 하러 인수위에 갈 (법무부) 직원들 앞두고 이거 반대해라 가이드라인 주는 게 그게 예의 있는 행동이냐”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아울러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경찰청에 인수위 업무보고 자료 제출을 요구한 일 등을 함께 언급하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에 이은 또 하나의 사례”라고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인수위는 입장문에서 “정권 이양기에 업무보고 전체 자료를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해당 부처나 기관에 부담과 압력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민주당과 현 정부, 청와대의 연이은 부적절한 처신은 원활한 인수인계에 비협조하는수준을 넘어 적극적 방해 행위로 이어지는 것 아닌지 우려가 커진다”고 밝혔다.
인수위와 민주당이 강대강으로 맞붙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위 쪽은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사법 관련 공약들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용호 간사는 이와 관련 라디오 인터뷰에서 “집권은 했지만 제도적 개혁, 또 법률적 개혁이 뒤따라야 하는 게 많다. 그래서 그런 부분은 당장 시행할 수가 없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장관의 훈령이나 그 이외 법 이하,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것들은 우선적으로 시행하자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 등에 대해 시행령을 약간 손보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조금은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인수위가 법률이 아닌 훈령 등을 통해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헌법 원칙 훼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수위가) 훈령에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되 할 때는 에비시디이에프지(ABCDEFG)의 요건을 갖춰야 된다고 정해놓으면 사실상 수사지휘권 행사가 어렵게 된다는 계획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훈령을 통해서 오히려 법률상 제도나 시스템을 무력화 시키는, 법률위임의 원칙이라고 하는 헌법상 큰 원칙을 훼손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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