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가 법무부 업무보고를 돌연 취소한 2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를 나서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24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거부한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의견이 달라도 (업무보고를) 들어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지적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인수위가 업무보고를 돌연 거부한 것과 관련해 “인수위 보고자료에 검찰국 업무인 수사지휘나 수사권조정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 새 정부에 도움이 될 좋은 내용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의견을 달리하더라도 한번 들어보고 거기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지적해달라”고 말했다. 한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의견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업무보고 내용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이어 “법무부 공직자들이 하루 이틀 근무한 분들이 아니니까, 거꾸로 그분들의 의견도 경청해달라. 다음 주에는 업무보고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한 자신의 반대 의견만 부각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하나(수사지휘권)를 가지고 나머지 99개를 배척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업무보고에는 교정, 범정(범죄정보기획), 외국인 출입국, 법무실 등 윤 당선자 공약을 잘 녹여낼 좋은 내용이 있다. 업무보고가 될 수 있도록 조치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 “저는 이제 갈 사람”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대검찰청이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고한 데 대해서는 “일선에서 조금 불편함이 있는 모양이다. 큰 뼈대를 유지한다면, 현실에 맞게끔 손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검찰 수사 중인 사건은 원칙적으로 비공개하고, 혐의 등 수사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공소장은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열람하거나 사본을 교부하는 등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검찰청은 전날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훈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인수위 쪽은 법무부 업무보고에 대해 박 장관의 입장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서울 통인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업무보고는) 법무부 장관께서 어떤 입장 변화나 제스쳐가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법무부 업무보고는 다음 주 화요일인 29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앞서 인수위는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 당선자 검찰 공약에 박 장관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문제 삼아, 지난 24일 오전 예정돼 있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불과 30여분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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