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뒤 국정 수행을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가 2주째 하락하면서 ‘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높아졌다. 윤 당선자에 대한 국정 수행 긍정 전망은 46%로,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46.7%)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 의뢰를 받아 지난 21∼25일 전국 성인 2512명을 대상으로 ‘윤 당선자가 취임 뒤 국정수행을 잘 할 것 같다고 생각하냐’고 물은 결과(95% 신뢰 수준, 오차범위 ±2%포인트), ‘잘 할 것’이라는 응답은 46%로 나타났다. 윤 당선자의 국정수행 긍정 전망은 대선 직후인 3월2주차 52.7%에서, 3월3주차 49.2%→3월4주차 46%로 2주 연속 하락해,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득표율(48.56%)보다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응답이 같은 기간 동안 41.2%→45.6→49.6%로 상승하며, 이번주 오차범위 내긴 하지만 처음으로 긍정 전망을 역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평가는 ‘잘 하고 있다’가 46.7%였다. 지난주보다 4%포인트 올랐다. ‘잘 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지난주보다 3.5%포인트 낮아진 50.7%였다.
윤 당선자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치는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5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윤 당선자가 ‘앞으로 5년간 직무를 잘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5%였다. 전임 대통령들이 당선 2주 내 대체로 80% 안팎의 긍정 평가를 받은 것과 차이를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07년 12월 84%의 지지를 받았고, 박근혜 당선자는 78%(2012년 12월), 문재인 당선자는 87%(2017년 5월)의 지지율을 얻었다.
윤 당선자에 대한 국정 수행 기대치가 이례적으로 낮은 것에 대해 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선거가 끝나면 이긴 쪽의 시대 과제를 이행하자는 쪽으로 합의가 되는 모습이었데, 이번에는 선거 이후에도 양쪽 세력 간 갈등이 치유되지 않아 (당선자 쪽으로) 기대가 모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윤 당선자가 당선 직후부터 대통령 집무실 ‘졸속’ 이전을 추진한데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부터 갈등을 빚으며 ‘국민 통합’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인 게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덕현 한국갤럽 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역대 정부는 경제회생이나 경제민주화, 적폐 청산 등 시대적 요구와 부합하는 어젠다를 제시하며 기대를 받았다”며 “윤 당선자가 지지도를 다시 높이기 위해선 국민 통합에 부합하는 사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 쪽에서는 이같은 여론조사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여론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가슴 깊이 잘 새기고 앞으로 더욱 더 저희가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들을 섬기도록 노력하는 데 염두에 두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취임식 직후 치러지는 6·1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낮은 국정 지지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인수위가 본격 출범한 지 열흘이 됐는데 뚜렷하게 국민들께 무엇을 하겠다고 보여준 적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이 전면에 나온 게 영향을 미쳤다”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임의걸기(RDD)로 무선(97%)·유선(3%) 표본을 추출해 자동응답(100%) 방식으로 진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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