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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시민이 왜 투쟁 대상” 이준석의 ‘못 말리는 입’…당 안팎에서 뭇매

등록 2022-03-29 17:17수정 2022-03-30 11:16

‘장애인 이동권 시위’ 관련 비판 닷새째 이어가
윤상현 “21년간 왜 강경 시위하는지 생각해야”
당내 우려 커지며 거리 두려는 분위기 감지도
지난 2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출퇴근 시위를 닷새째 비판하며 “서울시민은 장애인의 투쟁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거친 말로 ‘장애인 혐오를 조장한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지만 “제가 한 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당 안에서도 이 대표의 ‘폭주’를 만류하는 목소리들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보통 권력자에 대한 시위를 한다고 하면 청와대 앞에 가서 대통령에게, 국회에 가서 국회의원들한테 각성을 촉구하는 게 시위의 보통 방식인데, 3호선, 4호선 타는 출퇴근하는 서울 시민들이 왜 이렇게 투쟁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 이것이 저의 이의제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여성·장애인 관련 의제를 ‘소수자 정치’라고 규정한 뒤 “‘볼모’는 관용적인 표현인데 이게 무슨 문제냐”며 “결국 내가 한 말의 내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 보니까 ‘어떻게 장애인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냐’(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성역화”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지만, 자신의 주장을 굽힐 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장연의 출퇴근 시위에 ‘서울시민을 볼모로 삼는 시위’, ‘비문명적 불법 시위’ 등의 혐오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 대표를 직격하며, 장애인 차별 해소와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전장연과의 간담회를 열어 “장애인 분들이 불편한 몸으로 시위를 하시게 된 것은 모두 저희 정치인이 태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공동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의 발언은) 헌법이 정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져야 할 문제를 오히려 차별받는 장애인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라며 “(이 대표의)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장애인분들께 같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대신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이날 민주당과 전장연의 간담회에선 이 대표가 약자를 대상으로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성토가 터져나왔다. 척수장애가 있는 최혜영 의원도 “이 대표가 이제는 하다 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집권여당이 될 공당의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를 인질, 볼모라고 표현하면서, (오히려) 정치권이 장애인을 볼모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앞으로 이견이 있는 문제에 대해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고 기본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틀어막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임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왼쪽)가 29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의 면담에 앞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임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왼쪽)가 29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의 면담에 앞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안에서도 우려 속에 강경한 발언을 이어가는 이 대표를 비판하며,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이날 전장연의 출근 시위 현장을 찾아 “(장애인 문제와 관련해) 20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부분들은 단기·중기·장기적인 것에서 검토 중”이라며 전장연 쪽 입장 경청에 나섰다. 임이자 간사는 이 자리에서 ‘이준석 대표가 사과해야 한다’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의 요구에 “여러분의 절박한 마음을 알았으니 시민들께 폐를 끼치는 부분은 지양해달라”면서도, “그 말씀 전달해 올리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들이 21년 동안 이동권 문제를 주장했는데도, 왜 여전히 지하철을 막아서면서까지 강경한 시위를 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이제 집권여당이다. 약자에게 더 따뜻하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고 했다. 조명희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위를 멈출 수단은 비난이 아니라 제도 확충”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장애인들에게 돌리기에 앞서 과연 우리 사회가 장애인 보행 약자들이 함께 살아가기에 어떤 환경인지 정확히 진단하고, 장애인들의 입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를 가진 딸이 있는 나경원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하철에 100%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위하는 것을 조롱하거나 ‘떼법’이라고 무조건 비난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전장연의 시위 태도도 문제지만, 폄훼·조롱도 정치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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