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당시 장제원 미래통합당 의원(오른쪽부터), 원희룡 제주도지사, 권성동 무소속 의원이 국회에서 나란히 국민의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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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10일 새 정부 첫 내각 발표를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 1년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와 내각 인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안정감’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참신함과 역동성보다 경륜을 우선순위에 뒀다는 사실은 일흔셋 한덕수 총리 후보자 지명에서도 드러난다.
윤 당선자가 때마다 예상 가능한 경로를 택한다는 사실은 인수위 조직 과정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돼온 장제원, 윤한홍 의원이 각각 당선자 비서실장과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고, 선거대책본부장이던 권영세 의원이 인수위 부위원장, 정책본부장이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기획위원장 등으로 임명되며 선대본부 뼈대가 그대로 인수위로 옮겨온 모양새가 됐다. 김병준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으로, 김한길 전 새시대준비위원장이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인수위 안에 자리잡은 것 또한 이를 증명한다. 윤 당선자는 “연기만 해달라” 발언 뒤 선거판을 떠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제외한 대다수의 선대본부 인사들로 인수위를 꾸렸다. 첫 조각 하마평에 오르는 절대다수는 윤 당선자를 밀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거나, 선대위 공약 개발 역할을 맡았던 교수 그룹이다. 당내 경선 캠프에 이어 선대본부, 인수위와 내각까지 점령할 태세다. 초창기 윤핵관 3인방(장제원·윤한홍·권성동)에서, 세를 불린 ‘신윤핵관’들까지. 거대한 윤핵관 무리가 만든 이너서클이 공고화되는 모양새다.
이전에도 주요 정치인 측근을 ‘문고리 3인방’이나 ‘십상시’, ‘3철’처럼 지칭하며 무리 짓는 일은 있었다. 그러나 물밑에서 영향력을 끼치던 과거 행태와 달리, 스스로 윤핵관이란 훈장을 부각하려는 모습, 과감하게 여론을 움직이는 행보는 전에 보지 못한 풍경이다. 윤 당선자와 가까운 한 인사는 그의 인사 성향을 두고 “한번 믿은 사람은 가급적 내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내 사람 챙기기’로 대표되는 형님 리더십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여러차례 경고를 받았으나, 윤 당선자는 고비마다 내홍의 진원으로 꼽혀온 윤핵관을 조처하기는커녕 감싸는 행보를 보였고 이젠 인수위 주요 보직에서 핵심 정보를 쥐게 했다. 윤핵관 무리가 점차 강하게 결집하는 것은 이런 리더십에서 시작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8일 당·정·청 관계의 한 축이 될 신임 원내대표 선거마저 ‘윤핵관’ 대 ‘비핵관’ 구도로 치러지게 된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새 원내대표로 당선된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지난 2월 말 지역 유세 현장에서 “지역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결국 대통령과 인간관계가 좋으냐 나쁘냐에 좌우된다”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지난 7일에는 “초기부터 윤 당선자를 도왔던 것으로 정권교체를 이룩했으면 그 공을 인정해줘야지, 마치 무슨 이권이나 권력이나 탐하는 사람처럼 표현되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적반하장식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건강한 당·청 관계를 향한 기대감을 갖기 어려운 이유다.
윤핵관 이너서클 안에서만 돌아가는 ‘회전문 인선’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윤핵관의 전면 부상은 윤 당선자에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