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출근하며 차에서 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구상에 적신호가 켜졌다. 1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2차 내각에서도 ‘안철수계’ 인사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으면서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이날 2차 내각 인선 발표 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에게서 ‘인선 배제에 대한 입장이 뭐냐’, ‘윤 당선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나’, ‘공동정부 구상에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안 위원장의 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인수위원직을 전격 사퇴한 데 이어 공동정부 파트너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안 위원장은 자신의 전공 분야인 과학기술·보건의료계 쪽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며 측근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와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의 입각을 희망했다. 고산·유웅환 인수위원도 장관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은 전혀 발탁되지 못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 브리핑에서 “중장기적으로 보면 앞으로 추가적인 공직, 국정 관련 인선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통합과 협치, 또 안 위원장과의 공동 국정운영 부분이 어떤 형태로 반영이 되는 쪽으로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사실상 이날까지 발표한 인선에 ‘안철수계’ 인사들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이어 “안 위원장님과의 공동정부 국정운영이라는 것이 반영이 안 돼 있다면 그 기조는 앞으로도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계속 검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 인사들이 내각에 참여하지 못함에 따라 ‘공동정부’ 구상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종 합의 단계로 접어든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발표나 20여일 남은 인수위 운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에스엔에스(SNS)에 “박근혜와 이명박 정부 때의 사람들이 그대로 다시 다 돌아왔다”고 적으며 윤 당선자의 인선을 비판했다. 최 명예교수는 안 위원장을 개혁 상징성을 지닌 ‘송곳’에 비유한 뒤 “내면이 크면, 찔리더라도 송곳을 소중히 여긴다.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키려는 전혀 새로운 꿈을 실현하고 싶다면, 전혀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는 일 이외에 다른 길은 없는 것 같다”고 적었다. 안 위원장도 이날 저녁 윤 당선자가 주재한 인수위원들 도시락 만찬에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당에서는 공식 반응은 자제하면서도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합당 논의는 종착지에 와있다. 다만 실제 합당 선언은 안 위원장의 결단 영역이 됐기 때문에 기다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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