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충남 홍성군 자동차부품인증센터에서 이동민 충남도청 건설교통국장으로부터 내포신도시 관련 브리핑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의 찬반을 묻겠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이 연일 국민투표를 주장하며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야 합의 파기와 내각 인사 실패로 인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윤 당선자 쪽과 국민의힘이 국민투표 카드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헌법상 부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고 실현 가능성도 매우 낮아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은 2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행 규정으로는 (검찰 관련 법)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는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설명에 대해 “선관위는 합의제 기관인데, 사무처 직원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건 월권”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법은 재외국민의 참여를 제한하는 제14조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16년부터 7년째 효력이 상실된 상태다. 이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6·1 지방선거에서 어떤 내용의 국민투표도 불가능하다는 중앙선관위의 설명에 장 실장이 불쾌감을 나타낸 것이다.
검찰 관련법 찬반은 헌법이 국민투표 요건으로 규정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제72조)으로 보기도 어렵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이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당시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 형식으로 재신임을 묻는 건 헌법 72조에 의한 부의가 아니며 “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 뒤 ‘검수완박 국민투표’를 6·1 지방선거 때 감행한다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자 쪽이 절차적·내용상으로 불가능한 국민투표 카드를 꺼낸 배경엔 ‘거대 예비야당의 독주’ 프레임을 강조하며 6월 지방선거에서 새 정부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검찰청법 개정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토론 주자로 나서서 “국민투표에 부쳐보면 누구 주장이 더 옳았던 것인가에 대해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무제한 토론이 종료된 직후엔 기자들과 만나 “(국민투표는) 인수위 당직자로부터 고육지책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심’을 대변하는 장 실장의 발언을 ‘소수여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섣불리 나온 아이디어’ 정도로 무게를 덜어낸 것이다.
실제 성사까지 험로가 예상되는 ‘국민투표 카드’는 윤 당선자 쪽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6·1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되려면 18일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투표안을 공고해야 한다.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민생 현안과 동떨어진 검찰 관련 사안을 놓고 사실상 검찰 편에 서서 국민투표를 부치는 정치적 부담을 오롯이 안게 되는 것이다. 0.73%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윤 당선자에게는 사실상의 재신임 투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윤 당선자와 장 실장은 지지층을 결집하고 지방선거에도 활용할 수 있는 양수겸장으로 국민투표를 모색했겠지만, 윤 당선자 평가로 전환되는 독배가 될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당선자 권력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인상마저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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