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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독] 연습용이라던 한동훈 딸 논문, ‘하버드 공모전’ 주제와 일치

등록 2022-05-13 18:59수정 2022-05-14 01:01

저널에 게재한 ‘셔먼법’ ‘국가부채’ 관련 논문
2021년 하버드 공모전에 대비한 정황
3년간 작성했다는 해명 설득력 떨어져
한 후보자 쪽 “1편은 1년 전 작성, 2편은 습작”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지난해 저널 등에 게재한 논문들이 미국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에세이 공모전(Harvard International Economics Essay Contest·HIEEC)의 2021년 주제와 일치하는 것으로 13일 파악됐다. 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3학년(미국 학제상 9~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공모전은 미국 대학 입시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국 유학원들이 소개하는 대회다. 그동안 한 후보자는 딸의 논문과 관련해 2019~2021년 3년동안 연습용으로 작성한 리포트라는 취지로 해명해왔는데, 미국 대학교 진학을 위한 스펙 쌓기용이라는 또 다른 정황이 나온 셈이다.

하버드대는 지난해 10월17일 2021년 공모전 주제로 ‘국가부채’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영향’ ‘셔먼법(반독점법)’ ‘암호화폐’ 네가지를 공고했다. 응모자는 하나의 주제를 선택해 에세이를 작성한 뒤 12월31일까지 제출해야 했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부 학회가 주최하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하트 교수가 심사위원을 맡는 이 대회는 사전에 다른 곳에 출판·게재한 글은 공모전에 제출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한겨레>가 공모전 주최 쪽에 전자우편을 보내 한 후보자의 딸이 이 공모전에 출품했냐고 물었더니 ‘한○○이라는 이름의 학생이 암호화폐를 주제로 에세이를 제출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 후보자의 딸은 올해 3월 발표한 수상자엔 포함되지 않았다.

한 후보자의 딸은 또한 지난해 11~12월 ‘약탈적 학술지’(제대로 된 검증 없이 돈을 지불하면 논문을 게재해주는 곳)로 알려진 ‘에이비시 리서치 얼러트’(ABC Research Alert)에 논문 3편을 게재했는데, ‘국가부채’(11월26일), ‘셔먼법’(11월27일)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영향’(12월11일)을 다룬 것으로, 하버드 공모전 주제와 일치했다. 다만 코로나19 관련 주제는 2020년에도 같은 대회 주제로 유사하게 출제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3편의 글을 준비했다가 이중 한편만 대회에 내고 나머지는 ‘에이비시 리서치 얼러트’에 실은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앞서 <한겨레>가 ‘한동훈 딸, 고1 때 두 달간 논문 5개·전자책 4권 썼다’고 보도한 이후 “2019, 2020, 2021년 3년에 걸쳐 작성한 글을 모아 2021년 11월 이후 한꺼번에 올린 것”이라고 했는데, 하버드 공모전에 대비해 논문을 작성한 정황엔 부합하지 않는 해명이다.

한 후보자 쪽은 4편의 논문 중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쓴 글은 지난 2020년 열린 같은 공모전(HIEEC)에 제출했던 것으로 2021년 새로 준비한 글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해당 공모전은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와 관련해 비슷한 주제의 에세이를 공모한 바 있다. 한 후보자 쪽은 “후보자의 딸은 2020년 코로나19 관련 글을 고교생 대상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에세이 공모전에 제출했고, 이를 1년 뒤인 2021년 12월 에이비시 리서치 얼러트에 업로드했다”며 “나머지 두 편의 글은 후보자의 딸이 습작한 글로서 위 공모전에 제출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의 딸과 사촌 등의 ‘스펙 공동체’ 의혹을 다루고 있는 한동훈닷컴 운영자는 관련 논문과 에세이, 출품한 대회 등을 모두 검토한 뒤 <한겨레>에 “고등학교 1학년이 이처럼 다양한 주제의 에세이와 논문을 짧은 시간 안에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씨가 학술지에 출판한 논문들을 보면 참고문헌만 9~14개다. 실제 글의 분량은 4~5쪽이라고 해도 참고문헌을 그 기간 안에 다 읽는 것 자체가 힘들고, 주제에 필요한 참고문헌을 찾는 것은 더 시간이 많이 드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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