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김승희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2019년 10월4일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김승희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지명 직후부터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김 후보자가 2019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치매일 가능성이 있다고 암시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던 김 후보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질의하며 “건망증은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며 “지금 국민들은 가족의 치매를 걱정하고 있음과 동시에 요즘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며칠 전 대통령 기억력 문제와 관련해 나랏돈을 들여가지고 문재인 대통령 전용 기록관을 짓는다는 언론 보도가 9월10일 나왔다”며 “그런데 9월12일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본인은 몰랐다면서 불같이 화를 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 전인 8월29일 대통령 본인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 전용 기록관 건립 계획을 직접 방망이로 두드려서 심의 의결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쯤 되면 보건복지부 장관께서도 대통령 기억력을 잘 챙기셔야 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지금부터 복지부 국감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며 “수백조의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국무회의에서 (여러 안건들이) 논의가 됐는데, 대통령이 그것을 나 몰라라 한다, 그래서 건망증 아니냐, 그리고 건망증과 치매는 유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하는 건 조롱이자 노골적인 폄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은 개별 기록관 건립을 지시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한 어조로 얘기했고, 당혹스러워하며 불같이 화를 냈다’ 이렇게 전했다”며 “사실이 이러함에도 이렇게까지 말씀 주신 것은 국정감사와 국회의원 스스로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후보자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기 의원님은 도둑이 제 발 저리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도둑이 제 발 저려서”라고 말한 뒤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보건복지부 장관이 왜 못 챙기느냐”라고 되물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거듭 사과를 요청하자 고성이 오간 뒤 김 후보자는 “제가 언제 치매라고 그랬느냐”며 사과를 거부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이런 것은 분명히 치매가 아니라고 제가 얘기했다. 그렇지만 치매의 초기 증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 우려된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는 중단됐다.
이날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어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김승희 후보자를 ‘문재인 대통령은 치매 초기 증상’이라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치혐오를 불러오는 막말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임기 중에 ‘혐오조장과 막말’로 인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이유로 지난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에서조차 탈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정치불신과 혐오를 야기하여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고, 심지어 자신들이 공천에서조차 탈락시켰던 인물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 철학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