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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쇄신안 남기고 3개월만에 떠나는 박지현…앞으로 행보는?

등록 2022-06-02 19:01수정 2022-06-03 10:13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총사퇴 의사를 밝히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총사퇴 의사를 밝히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일 6·1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하면서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역시 3개월 가량의 비대위 활동을 정리하고 민주당을 떠났다.

이에 따라 박 전 위원장이 꺼내 들었던 이른바 '박지현표 쇄신안' 역시 다음 민주당 지도부의 몫으로 남게 됐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향후 민주당 쇄신과정과 조만간 열릴 전당대회 과정에서 박 전 위원장이 다시 일정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민주당이 대선 패배 수습을 위해 출범시킨 비대위에 공동위원장으로 영입됐다.

대선 당시 민주당에 지지를 보내 준 2030 여성들의 민심을 끌어안겠다는 취지의결정으로, 박 전 위원장이 26세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부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실권 없이 자리만 채우는 '장식품'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으나, 그는 임명 직후부터 '성 비위 무관용 원칙 적용', '내 식구 감싸기식 온정주의 결별' 등을 내걸고 적극적으로 당 체질 개선에 나섰다. 실제로 박 전 위원장은 3선인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제명을 결정하기도 하고, 최강욱 의원 성희롱 발언 논란에도 징계 의사를 밝혔다. 또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는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당 대표, 부동산 문제로 국민을 실망하게 한 분들이 예비 후보자로 등록했다"며 송영길·노영민 후보의 등록을 공개적으로 반대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방선거 직전에는 '5대 혁신안'을 앞세워 당내 쇄신론에 불을 댕긴 바 있다.

'더 젊은 민주당'을 비롯해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 팬덤과 결별한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이 그 골자다.

이처럼 당 혁신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 박 전 위원장이지만 그 한계도 뚜렷하게 노출했다. 우선 선거 막판 꺼내든 혁신안과 관련해서는 선거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한 채 지도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고서 일방적으로 발표를 진행했다는 당내 문제 제기에 맞닥뜨려야 했다. 지도부 투톱인 윤호중-박지현 전 공동위원장 간 갈등설이 불거지자 선거운동 현장에서 "이러다 다 죽는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고, 결국 박 전 위원장은 혁신안을 거론한 지 사흘 만에 사과를 했다. 일부에서는 정무적 경험이나 당내 기반이 허약한 박 전 위원장이 지나치게 빠른속도로 혁신을 주도하려다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송영길 대표의 공천에 처음에는 반대했다가 이를 번복한 점, '대선 책임인사'의 출마에는 반대하면서 이재명 고문의 출마는 찬성했다는 점 등에서 정치적 일관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내 강성지지층과 지나치게 각을 세우는 것을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박 전 위원장은 각종 혁신안을 주장하던 중 이재명 상임고문의 열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로부터 '내부 총질을 하지 말라'는 항의 문자폭탄을 받게 되자, 오히려 "팬덤정치와 결별해야 한다"며 정면으로 응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페이스북에 "필요하면 대표 수박(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지하지 않는,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는 뜻)이 되겠다"고 글을 남기자 여기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팬덤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는 소신이 드러나는 대목이지만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층과 급격하게 사이가 벌어지며 자신의 입지를 좁힌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 전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당내 관측이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선거 막판 쇄신론 파문을 일으키며 선거 참패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게 된 만큼 혁신 드라이브의 구심점이 될 명분이 없어졌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민주당의 혁신 작업을 주도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박 위원장 본인이 선거 이후 혁신위원장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도 당내에서 거론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위원장이 앞으로 당 쇄신 과정 및 전당대회 과정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 과정에서 이재명 고문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등에 당 안팎의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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