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총사퇴 의사를 밝히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6.1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2일 사퇴하면서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희는 완벽하게 졌다. 대선에 지고도 오만했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를 거부했다”며 “출범 30일도 안 된 정부를 견제하게 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람과 시스템을 바꿔야 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어 “저부터 반성하고 책임지겠다. 능력 없는 기득권 정치인이 지배하는 정당이 아니라 서민과 약자를 위한 서민정당을, 소수 강성 당원들의 언어폭력에 굴복하는 정당이 아니라 말 없는 국민 다수의 소리에 응답하는 대중정당을 기대한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저는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정치를 하고자 민주당에 들어왔다”며 “3개월, 혜성 같은 시간이 흘렀다. 차별과 격차와 불평등, 청년이 겪는 이 고통은 청년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엔번방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였던 박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대선 막바지 민주당의 ‘영입 인재’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당시 2030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며 존재감을 입증했고, 이후 대선 패배 후유증에 시달리던 야당의 최연소 비대위원장으로 등판해 당의 체질 개선 작업을 주도했다. 민주당이 주저하던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에 불을 지피고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여성·청년 공천 의무화 방침을 관철해 낸 점도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586 정치인 사퇴’ 등을 포함한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한 것이 당의 내홍으로 이어지며 선거 패인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도 박 전 위원장이 당장 정치 무대에 복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주류 지지층으로 떠오른 2030 여성 유권자들에게 소구력이 큰 만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 전까지 박 전 위원장의 ‘역할론’이 계속해서 소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전 위원장 본인도 정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이 제안한 혁신안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했느냐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면서도 “박지현만이 갖고 있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당내 역할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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