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와 강원특별자치도 법제화 비전선언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엄벌에 처할수록 사고가 줄어든다는 건 전혀 증명이 안 되는 것”이라며 “살인죄를 아무리 형량을 높인다고 그래도 살인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거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17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민주당도 반대했다가 정의당에서 단식농성을 통해서 압박을 가하고 여론이 압박을 가하니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어쩔 수 없이 여론에 밀려서 들어간 측면이 굉장히 강하다”며 “그러다 보니까 졸속으로 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래서 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이 떨어지고, 과잉금지원칙에도 반하고, 재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주의도 주고 다 했는데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 아무런 관여도 안한 최고경영자나 간부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건 형법의 기대가능성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엄벌에 처할수록 범죄가 줄어든다는 거는 전혀 증명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런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법(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는데도 대형 사건이 팡팡 터지고 있다”며 “우리가 살인죄를 아무리 형량을 높인다고 그래도 살인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거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언급한 형법의 ‘기대가능성’은 주어진 상황 하에서 일반적인 사람이 범죄 행위를 하지 않고 적법 행위를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협박 등을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흉악한 살인범의 강요에 못 이겨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데 가담한 이는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 가담자가 강요를 거부하고 살인이라는 위법 행위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권 원내대표가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적용되는 기대가능성 개념을 끌어들여 중대재해처벌법을 비판한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전문가인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노동법학)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주의를 다한 사용자는 처벌하지 않는데다, 이 법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은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라며 “그마저도 결과에 대해 예견 가능성이 없으면 처벌이 어려운데 권 원내대표가 허수아비 때리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권 원내대표가 말한 기대가능성은 맥락에 맞지 않는 개념”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기기 이전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재로 사망했고, 그래서 만든 법인데 살인죄 운운하는 걸 보면 산재에 대한 권 원내대표의 무관심이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중대 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처벌을 감경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의 공동 발의자에 권 원내대표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 친윤석열계 의원들도 참여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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