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한겨레> 자료 사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를 두고 “뻔한 잘못을 가만 놔두는 것도 정말 불공정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 사건을 두고 “그게 장기간 소비될 주제인가”라고 말하며 이견을 드러냈다.
이 장관은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정부에서 ‘비에이치(BH. 청와대)’와 경찰 수뇌부가 밀실에서 (인사 등을) 거래해온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대표적인 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다. 일명 ‘해경왕’으로 불리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제치고 (해경과) ‘직거래’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는 것이 경찰 통제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되레 불법적으로 경찰을 통제했다고 주장하며 반박한 것이다.
이 장관은 이어 “지난 정권에서 수사되어야 할 것들 중 수사가 안 된 게 꽤 있다”며 “그런 게 가능했던 것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경찰을 직접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야당이 문재인 정부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본다’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뻔한 잘못을 가만 놔두는 것도 정말 불공정한 것 아니겠나”라며 “잘못을 밝혀내고 처벌을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선 정치적 고려를 하더라도 팩트 자체는 수사해서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전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일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원인에 대한 질문에 대해 지지층 기대에 어긋나는 어젠다로 이 사건을 꼽으며 “다룰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게 장기간 소비될 주제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분이 ‘해수부 공무원은 안타깝지만, 그게 중요하냐. 지금 기름값이 2200원인데’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전 정부에 대한 사정으로 읽히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수사보다 경제위기 등 민생에 대처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윤석열 정부가 이 주제를 핵심 어젠다로 삼고 가는 건 좀 부적절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대선 캠페인을 할 때도 문재인 정부를 공격한 적은 별로 없었다. 지금은 이미 정권이 넘어왔는데, 전 정부를 우리의 주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며 “그런 부분이 정부의 ‘이너서클’ 안에서 얘기가 좀 되면 좋겠는데, 그런 게 없어 좀 답답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도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뒷수습을 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우리가 너네 뽑기를 잘했다’ 이렇게 되는 것”이라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관계 부처에서 하면 되는 건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요 어젠다로 삼고 있는 건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의 당내 갈등은 짜증 나는 정도이지만 지금 제일 심각한 장면은 기름값이 2천원이어서 차를 끌고 나오기가 힘들고 수박 한 통이 3만원이나 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