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20대 대선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 활동 백서를 들어 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5일 문재인 정부 시절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의 보도에 “정권 부역”을 언급하며 전날에 이어 ‘공영방송 때리기’를 이어갔다. 이날 국민의힘에서 박성제 <문화방송> 사장 사퇴 요구까지 나오자 언론 및 학계에선 ‘여당의 노골적인 방송 장악 의도’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권 대행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로 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권 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 활동백서’(백서) 책자를 꺼내들며 “정권 부역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당시 여권인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이슈를 편향적으로 다루거나 쟁점을 왜곡하는 등의 사례가 가득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에 대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이날 회의에선 일부 보도 사례를 나열하며 “공영방송은 중립성과 공정성 상실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이날 성명을 내어 “한국방송의 대표적인 편파보도”로 △<채널에이>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오세훈 서울시장 ‘생태탕’ 의혹 보도 등을 꼽으며 권 대행의 주장에 가세했다.
권 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취재하러 온 공영방송 기자들의 질문을 막는 등 취재진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회의 도중 “오늘 엠비시 카메라 왜 안 왔죠. 취재 거부하는 겁니까”라고 발언했고, 회의 뒤 브리핑에서도 두 방송의 기자들이 질문을 하려고 하자 “두 분은 그만 하라”고 막았다. 그는 이후 “엠비시 카메라가 안 온 것은 취재 거부가 아니라 당번이 아니라서라고 한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고 정정했다.
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로 내정된 박성중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엠비시 박성제 사장이 탈북자 어민 강제 북송을 은폐하는 것도 모자라서 자유를 찾아온 3만4천 탈북민의 귀순을 ‘여행’이라고 모욕했다”며 “사죄하고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문화방송>의 ‘뉴스외전’에서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면 귀순은 여행’이라는 자막을 단 것에 대해 사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것이다.
연일 이어지는 국민의힘의 ‘공영방송 때리기’를 두고, 언론 및 학계에선 향후 공영방송 지도부 교체 등을 통한 장악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노조의 활동을 왜곡함으로써 방송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면서 정권이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찾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을 퇴출시킨 언론 장악의 역사를 되풀이하겠다는 신호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이미 전 정부에서 임명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공영방송 리더십 교체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해 가고 있다. 감사원은 방통위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임명 제청권은 각 방송사 이사회에 있는데,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이사는 방통위가 임명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방통위 흔들기’는 ‘공영방송 장악’의 첫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언론노조는 오는 18일 권성동 대행을 언론노조와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 대행이 전날 <한국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에 대해 “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의해서,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닌가. 솔직히 깨놓고 얘기해서”라고 말한 데 대한 대응이다.
강성원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장은 이날 권 대행이 제시한 백서를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에서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등) 방송사 주요 보직을 맡아 방송 장악에 앞장서거나 기여한 몇몇 인사들이 만든 모니터링 보고서”라며 “이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 시기) 공영방송이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권 여당에서 이를 빌미로 공영방송 사장 사퇴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방송 장악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과 다름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케이비에스와 엠비시는 언론노조가 좌지우지하는 방송’이라는 권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그런 발언을 하려면 적어도 언론노조가 소속 조합원한테 기사 방향을 지시했다든가, 데스크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든가 등 뭐라도 근거가 있어야 할 텐데, 여당 원내대표가 막연하게 노조 혐오 정서에 기댄 극우적 사고를 대변하고 있다”며 “(여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는 나서지 않으면서 애먼 노조 때리기만 거듭하니, ‘언론장악 안 한다’는 말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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