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7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탈북어민 북송과 관련한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부정 평가가 60%를 넘기며 긍정 평가를 2배 가까운 격차로 압도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여권의 위기감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약식회견을 정비하고 참모들이 현안 설명에 나서는 등 메시지 관리에 착수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를 묻고 18일 발표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63.7%로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32%)의 거의 2배였다. 부정 평가는 지난주(60.8%) 보다 2.9%포인트가 오른 반면, 긍정 평가는 2.5%포인트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지난 11~15일 전국 성인 2519명에게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포인트)에서도,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3.6%포인트 낮아진 33.4%였지만, 부정 평가는 63.3%로 지난주보다 6.3%포인트 올랐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인사 강행과 전 정권과의 충돌 구도, 경제 불안 상황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정부·여당이 북쪽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북한 어민 북송 사건을 ‘문재인 정권의 안보문란’으로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절반 이상(51.8%)이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은 결국 대통령실 결정만으로는 정국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도 “지지율 하락세가 시작되면 ‘정권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 의식에 지지층이 결집하기 마련인데, 현재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한 지점”이라며 “향후 30%초반 밑으로 떨어진다면 보수 지지층과 텃밭 지역민심까지 돌아선, 국민 신뢰의 기반이 허물어지는 상황으로 해석된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민의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걱정이 크다. 지금보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할 수 있다”며 “(대통령실이) 이 문제를 비상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더 걱정된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더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즉흥 발언 탓이라고 보고 공보 방식에 변화를 줬다. 당장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북한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모든 국가의 사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론 외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이유로 출근길 회견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뒤부턴 답변은 짧게, 민감한 내용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야권의 대통령실 ‘사적 채용’ 관련 공세에 대한 물음에는 “다른 말씀 또 없으세요”라고 되물으며 확전을 피했다.
대통령실 참모진이 전면에 나서는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전날 최영범 홍보수석은 처음으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야권에 ‘북한 어민 북송’ 사건 진상규명 동참을 요구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적 채용’ 관련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윤 대통령이 주요현안에 일일이 답변하며 직접 논란을 생산하던 위험을 분산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대통령 발언은 지지율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제위기 상황에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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