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이 대표를 비토하는 ‘윤심’이 처음 드러난 것이어서 ‘6개월 당원권 정지’ 뒤 복귀를 노리던 이 대표와 당권 장악을 노리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사이의 갈등은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진기자단이 26일 오후 4시께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화면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권 대행은 “강기훈과 함”이라는 문자를 적어넣던 중에 사진이 찍혔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강기훈이라는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론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선 과정에서 윤핵관과 갈등했던 이 대표를 향해 이미 ‘윤심’이 돌아섰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 상태였다. 지난달 중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비공개로 만찬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 가교 구실을 했던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이 사퇴하면서 징계가 임박한 이 대표를 윤 대통령이 ‘손절’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이 대표 징계 일정이 다가올수록 친윤석열계 의원들도 공공연하게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당무는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이 대표 징계 건에 거리를 뒀지만 결국 이 대표를 향한 오래된 감정이 이렇게 드러난 셈이다.
이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비토’가 확인되면서 국민의힘 지도체제를 둘러싼 논란은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헌·당규를 근거로 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는 6개월 뒤 이 대표의 복귀를 전제하는 것이었지만 윤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등을 돌림으로써 지역을 돌며 권토중래를 준비하던 이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북 울릉도에 머물고 있는 이준석 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 내용이 전해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지만 “울릉도에 풍부한 용출수를 먹는샘물로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만 적었다.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공개되자 친윤석열계 의원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친윤계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어떻게 (대통령과의) 사적 문자를 노출시키냐”며 “이준석 대표가 돌아오고 말고의 문제는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결국 못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파문이 커지자 권 대행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표현에 대해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며 해명했다. 권 대행은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