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878억원을 들여 영빈관을 신축하겠다고 나서자 국민의힘에서도 “한심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경제가 어렵고 ‘여소야대 국회’의 예산 심의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정무감각 없이 영빈관 신축을 ‘덜컥’ 요청했다는 불만이다.
대통령실 요청으로 기획재정부가 영빈관 신축 사업에 878억6300만원의 사업비를 편성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부글거리고 있다. 대통령실 예산 등을 ‘불가침 영역’으로 존중하는 여당으로서는 이례적인 분위기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16일 “대통령이 애초에는 청와대 영빈관을 쓰는 것처럼 말하지 않았느냐”며 “청와대를 개방했어도 영빈관은 쓸 수 있다. 우리가 봐도 ‘왜 말이 달라졌느냐’고 생각하는데 야당은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20일 용산 이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영빈관은 나중에 용산공원이 (미군으로부터) 다 반환되면 (건립)할 수 있는데, 미국 워싱턴에 있는 ‘블레어하우스’ 같은 건물을 건립하는 방안도 있다”며 “청와대 영빈관이나 본관을, 외국 귀빈을 모셔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기존 청와대) 건물은 저녁에 국빈 만찬 같은 행사를 할 때 쓸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렇게 ‘긴축’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496억원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국방부와 경찰 경비단 이전과 한남동 관저 리모델링 비용 등 306억9500만원이 이미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예산에서 전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용산에 있던 합동참모본부를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부지로 이동하는 비용은 2천억~3천억원(국방부 추산)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영빈관 신축 비용까지 청구하고 나선 것이다.
물가·금리 상승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벌인’ 대통령실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경제는 어렵다고 하고, 정부에도 예산 감축하라고 그러는데 900억이나 되는 돈을 들여서 영빈관을 짓는다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냐”고 했다. 영남 지역 의원도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난린데 왜 지금 이 타이밍에 영빈관을 짓겠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설령 영빈관 신축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당에서 먼저 얘기를 하든지, 아니면 주요 외국 대사들이 지금 접견실을 불편해 한다는 등 사전 밑작업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며 “대통령실은 행정관을 바꿀 게 아니라 수석들을 다 바꿔야 한다. 정무감각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여당과 제대로 조율하지도 않고 영빈관 신축을 요구하면서 국민의힘은 공식논평도 내지 못하고 냉가슴만 앓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라며 “내용을 알아야 우리가 대응을 할 수 있다. 용산이 설득을 해야지, 우리가 어떻게 매번 수습만 하겠냐”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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