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떠난 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회 무시 사과하라’ ‘이 XX 사과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8분여 앞둔 25일 오전 9시32분, 손팻말을 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에 도열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정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로텐더홀 앞에서 규탄시위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1야당의 첫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이었다.
맨 앞줄에 선 이재명 대표의 표정은 시종 굳어있었다. 사회를 맡은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의 선창에 맞춰 다른 의원들이 “민생 외면, 야당탄압,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칠 때도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침묵하며 정면을 바라봤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직면한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제1야당 중앙당사 침탈은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정부여당과의 ‘전면전’을 다짐했다.
이날 오전 9시39분께 윤 대통령이 국회 본청에 들어서자 구호를 외치던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시위’로 전환했다. 윤 대통령은 도열한 민주당 의원들을 그대로 지나쳐 10여초 만에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경호인력에 가려 잘 보이지 않자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경호원 비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침묵’하자던 약속과 달리 윤 대통령이 입장하자 고성으로 항의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스쳐 지나간 뒤, 민주당 의원들은 로텐더홀 왼편의 본회의장이 아닌 오른편의 예결위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연설문을 읽던 그 시각에 민주당 의원들은 향후 정국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빠져나온 직후인 10시31분께, 민주당 의원들이 차례로 예결위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시정연설 보이콧’을 마친 이재명 대표는 ‘시정연설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대표실로 향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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