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내년도 예산안의 주요 열쇳말로 ‘건전재정’을 제시했다. 전임 정부의 살림살이를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이라고 규정하며, 건전재정을 통한 금융 안정과 ‘미래 준비’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지금 우리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이 결국 재정수지 적자를 빠르게 확대시켰고, 나랏빚은 국내총생산의 절반 수준인 1천조원을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건전재정 편성의 주요인을 전임 정부의 확장 재정에서 찾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39조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했다고 소개했다. 확장 재정 기조를 12년 만에 축소로 전환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총예산은 679조5천억원으로, 내년도 예산은 이보다 약 6% 줄어든 규모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 재정수지는 큰 폭으로 개선되고, 국가 채무 비율도 49.8%로 지난 3년 동안의 가파른 증가세가 반전돼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비판하며 통폐합과 인력 구조조정 정책 등을 추진했다. 공적 부문 긴축을 통해 재정 여력을 확보해 복지정책을 늘리겠다는 게 새 정부 예산안의 기조다. 내년도 예산안 중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226조6천억원(전체의 35.5%)으로 올해보다 4.1%(8조9천억원) 늘었다. 윤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금융 안정성과 실물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의 국제신인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세계적인 고금리와 금융 불안정 상황에서 국가 재정의 건전한 관리와 국제신인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외 신인도와 금융 안정을 위해서도 긴축재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뒤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 시절 재정 운용에서) 코로나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이미 채무가 상당 부분 늘어난 것으로 안다. 정부 채무를 증가시켜 재원을 조달한다는 것은 부담 자체를 미래세대에게 미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이어 “미래세대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으면 재정은 지속가능성이 없고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며 건전재정 편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 수석은 이어 “재정은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꼭 필요한 곳에 잘 쓸 수 있지 않겠냐”며 예산 기조 변경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재정 축소는)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크게 생각하고 예산안을 편성했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가 방만 재정을 운용했다’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지적에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한 것”이라며 “비판할 것을 비판하라”고 응수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 시정연설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세계적인 바이러스 창궐기에 (문재인 정부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국가 재정을 적게 쓰면서 막았다. 객관적 사정을 다 무시하고 국가 부채가 늘었다고 표현하는 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새 정부의 예산안을 “부자감세에 기초한 예산 편성”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최근 영국 트러스 총리가 초부자감세를 통한 긴축재정을 하겠다고 했다가 45일 만에 사퇴 발표를 했다”며 “세계적 사례로 입증이 돼 결과적으로 그 정책이 옳지 않다는 게 증명됐는데, 초부자감세 기조에 변화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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