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정의당 신임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당대표 선출 다음날 일어난 ‘이태원 참사’ 대응을 위해 인터뷰를 잠시 미뤘던 그는 이 자리에서 “일상이 튼튼한 정의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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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취임식도 열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결선투표에서 당대표로 선출됐지만 다음날 발생한 이태원 참사 대응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당론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을 요구했다. 국정조사도 압박했다. 국회의원 6명의 소수 정당이지만 참사 책임을 회피하는 윤석열 정부를 연일 직격한다. 정의당 서울시당과 청년정의당은 1인시위를 조직하고, 청년들에게 시위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참사 초기 ‘정쟁 중단’을 선언하며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던 더불어민주당보다 한발 앞선 선명한 대응이다. 이 대표는 ‘양자택일 정쟁 배제’, ‘선명한 제3 정당’을 실천하는 구체적 행보라고 했다. 당대표 취임과 함께 바로 시작하겠다고 약속한 이정미의 7대 계획, 그 첫번째가 ‘정쟁이 아닌, 정치하는 정의당’이다.
대표 선출 뒤 이태원 참사 대응에 집중하겠다며 인터뷰를 거절해온 그를 3일 국회 대표실에서 만났다. 그는 사과하지 않고,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파면 요구에도 응답하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식선으로 돌아와 생각하라”고 일갈했다.
―당 혁신을 실천할 7대 계획 첫번째에 ‘양자택일 정쟁 배제, 선명한 제3 정당’을 내걸었습니다. 정의당이 그동안 선명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이 당과 저 당의 선택지, 이 당의 주장과 저 당의 주장이라는 두 개의 큰 선택지 중에 무엇을 골라야 하지? 이렇게 거대 양당을 쫓아가는 정치를 더는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제가 선출되고 바로 다음날 이태원 참사가 터졌는데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 파면, 윤석열 대통령 사과를 당론으로 주장했어요. 또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더 이상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를 책임질 수 없다고 공식화했어요. 그렇게 더불어민주당도 끌어냈다고 생각을 해요.”
―정의당이 선제적으로 장관과 청장 파면, 국정조사를 요구해 민주당이 따라왔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런 게 정의당이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입니다. 저 큰 놈들(거대 양당)이 저렇게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지? 정의당은 더 이상 이렇게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우리의 시각에서 옳다고 생각하면 주장하고, 밀고 나가겠습니다. 국민들의 삶에 더 도움이 된다면 어느 당이든 협력할 겁니다. 왜 정의당이 저 당하고 협력하냐? 왜 저 당을 비판하지 않냐? 이런 식의 논란에 대해 더는 정의당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서 이득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고 보시는 것인가요?
“국민들께 그동안 정의당 행동이 상당 부분 그렇게 인식되어 있죠. 그것을 정의당이 해결해야 합니다.”
―선거법 개정을 위해 조국 사태에서 ‘눈감은 것’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그때 국면이 가장 뼈아프죠. 제가 그분(조국 전 장관) 이름을 더는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아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의당에서 청년들에게 1인시위를 촉구했어요.
“청년정의당이 어제부터 시위를 시작을 했고, 정의당 서울시당에서도 시위에 나갔어요. 정의당 시도당이 그런 걸 하는 건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좀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그 목소리를 끌어내는 데 정의당이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되는 건가요?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공식 사과를 해야 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세계 앞에서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과 책임의 수준을 보여준 상징처럼 돼 있기 때문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맞습니다.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두 사람 당연히 파면해야 하고요.”
―결선 토론 때 국민의힘과도 민생입법을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행태를 볼 때 그들과 함께 할 민생입법이라는 게 있나요?
“국민의힘 의원들도 국회 300명 구성원 중 일부입니다. 그 사람들하고는 아무것도 함께 못 해, 이렇게 얘기를 하면 정치를 못 하는 거죠.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된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한테 계속 정부 감싸기만 하면 안 된다라고 얘기하고 설득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봐요. 노란봉투법 등 주요한 민생입법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어차피 반대야, 안 돼, 그러면서 나머지 동의하는 사람들끼리만 이걸 처리하자고 하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과도 치열하게 토론해야죠. 치열하게 토론했는데도 국민의힘이 죽어도 안 된다 그러면 그다음에는 민주주의 방식(표결)을 써야 하는 거죠.”
하지만 이정미 대표가 이끌 정의당의 앞날은 험로가 예상된다. 원내 의석 6석, 소수 정당이 현실이다. 당대표 선거 전체 선거권자가 1만7591명에 그칠 정도로 당원 수도 급감했다. 당 지지율은 바닥이고 수십억원 부채에 시달린다. 지난 9월17일 11차 정기 당대회에선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한 정의당의 지난 10년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정의당이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혁신을 이뤄내지 못해 한국의 진보정치 역사에서 부끄러운 오명으로 기록되는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정의당은 강령, 당명 및 당헌·당규 개정을 포함해서 2023년 안에 재창당을 완료한다’는 재창당 결의안을 채택하고 새 당대표에게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을 명토 박았다. 이정미 대표는 2023년 재창당을 완수하고, 2024년 4월 총선에서 정의당의 재도약을 이뤄야 하지만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이른바 ‘심상정 시대와 결별’, 당명 개정을 포함한 재창당을 요구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정의당에서 2017년부터 2년 동안 당대표를 지낸 그가 다시 대표로 선출된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또 이정미냐?” “사람이 바뀌어야 당이 바뀌는데 당을 혁신할 수 있겠냐”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한 당직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혁신 재창당을 얘기하지만 그냥 또 다른 관리자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평가도 있다.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 핵심 인사는 “포스트 심상정을 다투는 당대표 경선에서 다른 주자들이 이정미를 능가하는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결별 대상인 ‘심상정 시대’에 걸쳐 있는 약점이 있지만 노동기반 강화, 불평등 구조 해소 등 비대위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며 7대 계획 등을 제시한 이정미를 당원이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혁신 재창당, 총선을 통한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자신했다.
―2017년부터 2년 동안 당대표를 역임했는데 다시 당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당원들의 마음을 제가 해석해보면, 지금 정의당 위기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기에 반드시 생존해야 하고 다음 단계로 나가는 도약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진보정당이 걸어왔던 길이 쉽지 않지만 정의당 10년 역사에서 제가 성공도, 실패도 경험한 사람이잖아요. 가만히 앉아서 그냥 적당히 이 위기만 모면하려 해선 안 되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인내와 뚝심의 리더십이 우리 당에 꼭 필요하다, 저는 당원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고 봅니다.”
―승리한 경험은 뭘 말하는 건가요?
“제가 당대표를 맡았던 2017년에서 2019년,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성과를 냈어요. 노회찬 대표님과 원내와 당이 혼연일체가 돼서 공동교섭단체를 만들어 국회 개혁의 견인차 구실도 해봤고, 노 대표가 돌아가신 뒤 창원성산 보궐선거가 열렸을 때 저는 당의 명운을 걸고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내려가서 선거를 승리로 만들어냈어요. 당원들이 그런 과정들을 떠올리는 거죠.”
―“또 이정미냐?”, “사람이 바뀌어야 당이 새로워지는데 이정미로 어떻게 혁신하냐”고 말하는 이도 있어요. 뭘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
“지난 몇년 동안 당의 기본 시스템이 너무 많이 무너졌어요. 제가 정의당이 캠프 정당화돼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선거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고 봐요. 거대 양당도 이겼다 졌다 하잖아요. 그런데 실패는 실패대로, 성공은 성공대로 그다음을 향해 갈 수 있는 당적 질서가 강화돼 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선거 때 당의 자원을 다 뽑아 쓰고 그다음 일상 농사가 거의 무너진 상황입니다. 정의당이 다음 도전을 향해 가려면 일상이 튼튼한 정당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는 그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일상 농사라고 표현했는데 구체적으로 뭘 말씀하는 거예요?
“지금 정의당 지역위원회를 가보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지 않아요. 밑바닥이 허물어지고 있는데 당이 그런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거죠. 시민들이 정의당을 체감하는 것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정치잖아요. 그런데 지역에서 그런 게 안 보여요. 지역위원회를 강화하면서 중앙 정치가 길을 열어가는, 이 두 가지가 맞물려야 하는데 정의당은 선거 때, 그냥 뭘 주장했다며 이 당이 존재한다고 말한 거예요. 뒷받침할 조직 역량 축적은 등한시해왔어요. 그런 부분들은 강화하는 거죠.”
―‘7대 계획’에서 약속한 10개 지역구를 전략 지역으로 선정해서 키우겠다는 것인가요?
“적어도 어떤 지역을 가면 거기는 정의당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거기 가면 정의당 정치를 볼 수 있다는 동네가 있어야 하는 거죠. 한때 정의당 하면 소위 ‘영남권 노동 벨트’ 이런 게 있었잖아요. 지금은 이런 게 없죠. 정의당이 정당 비례의석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 그냥 준비 안 된 채 총선이고 선거 때마다, 그냥 사람들을 막 내보내서 소진하다시피 동원하는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저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2024년 총선에서 명승부를 볼 수 있는 곳, 당선이 어렵더라도 정의당의 뿌리를 튼튼하게 내릴 수 있는 곳, 정의당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만들어갈 곳을 집중해 키워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올해 연말까지 그 지역을 선정한다고 약속했는데 시간이 촉박합니다.
“당에 조직강화위원회를 설치했고 전국 실사를 시작했습니다. 실사 결과를 보고받고 제가 그 지역 후보군과 지역위원회 책임자를 만나고, 직접 지역을 방문해 시민들 얘기도 들을 것입니다.”
―당 지지율도 낮고 인력풀도 없는데 지역구 10개를 키울 수 있냐는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습니다.
“제가 그래서 평균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절박합니다. 해내야죠. 그걸 하라고 저를 당대표로 뽑아준 건데요.”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0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의원단 긴급대책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9월17일 재창당 결의를 했습니다. 재창당 작업은 어떻게 추진을 하실 것인가요?
“재창당은 그냥 옷 갈아입고 화장을 다시 하는 수준이 아니라고 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3 정치세력이 대한민국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힘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끝없이 모색해 나가는 것입니다. 노동세력도 있을 수 있고, 제3의 어떤 정치세력을 구상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고, 이런 분들을 차근차근 만나면서 힘을 보태서 같이 해보자고 설득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기존 정의당의 비전과 강령 중에 어떤 것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하는지를 논의할 수 있고, 비전이 합의되면 그에 걸맞은 당명을 결정할 것입니다. 이런 로드맵이 가야 하는 거죠.”
―2023년 재창당을 완료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은 게 아니잖아요. 노동기반 확장, 제3지대 정치세력과 연대·연합, 1만 당원 입당 사업 등을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뭐랄까, 선언적 구호 같아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바깥에서 보시기에 ‘정의당이 어려운데 저것이 될까?’ 이런 물음표들이 많은 건 당연하다고 봐요. 하지만 계획을 세울 때는 그 계획을 실행해야 할 책무가 저에게 있는 겁니다. 최선을 다해서 그것을 이뤄내도록 하는 게 저의 과제라고 봅니다.”
―노동부대표를 통해 노동기반을 확장한다고 했는데, 노동부대표는 언제쯤 인선하실 생각인가요?
“지금 여러분들하고 얘기를 좀 나누고 있어요. 노동부대표는 전국위원회 인준을 받아야 하므로, 사람 하나를 인선하는 게 아니라 아주 중요한 과제예요. 12월 중순 전국위원회 때까지 각계 의견을 듣고 적합한 분을 찾겠습니다.”
―2024년 총선에서 무지개 연대를 언급하셨습니다. 구체적인 연대 대상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정의당이 모든 지역구에 다 후보를 낼 계획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의당이 지향하는 불평등 문제나 기후위기 문제 정도를 공통으로 합의해낼 수 있는 정치세력이라고 한다면 함께 공천하고, 총선에 대응해 나가는 방안들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과거 정의당과 한뿌리에서 갈라진 다른 진보정당까지 연대 대상에 포괄하시는 건가요?
“예. 다 접촉은 해볼 생각입니다.”
―여성 문제, 노동 문제가 여전히 민감한데.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사실 그 두 가지 가운데 어떤 걸 더 강조해야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노동도 여성도 결국 평등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잖아요. 두 가지 다 평등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함께 밀고 나가야 할 정의당의 과제입니다. 그것을 후퇴하자고 할 사람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잘못한 거죠. 젠더 갈라치기로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이 문제를 이용했잖아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윤석열 대통령도 지지율 떨어질 때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들고나오잖아요.”
―정의당이 불평등 구조 해결보다 표면적 개선에만 집중했다는 비판도 있어요.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여러분들이 안을 내놨어요. 일단 노동시장에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명히 나왔기 때문에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된 논의 테이블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 안에서 진전된 안을 찾아가겠습니다.”
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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