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광장에서 열린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에어돔 부스를 방문,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국민의힘 인사들의 이태원 참사 관련해 혐오를 부추기는 막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 안에서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김상훈 의원은 19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를 두고 “국가적 비극을 이용한 ‘참사 영업’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국가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숙주로 삼아 기생하는 ‘참사 영업상’이 활개 치는 비극을 똑똑히 목격해왔다”며 “이들은 참사가 생업”이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188개 시민단체가 모여 지난 10일 발족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여당 인사들의 막말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태원 참사 생존 고등학생에 대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참사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죽음의 원인을 되레 피해자 탓으로 돌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미나 창원시의원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자식 팔아 장사한다는 소리 나온다”며 “나라 구하다 죽었냐”고 적는 등 노골적으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비방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출범한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적어 비판을 받았다.
정부와 여당에서 막말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참사 희생자 49재가 열렸던 지난 16일에는 추모제 대신 중소기업·소상공인 상품 판촉 행사에 참석해 “술 좋아한다고 술잔 샀다고 그러겠네”라고 말했다가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참사로 슬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애도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묵묵하게 상황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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