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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인사 참사’ 사과·문책 없이…윤 대통령 “학폭 근절” 물타기

등록 2023-02-27 20:23수정 2023-02-28 02:42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축사한 뒤 졸업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축사한 뒤 졸업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순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철회 사태로 ‘검사 출신 끼리끼리 검증이 인사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이 아닌 ‘학교폭력 근절’을 강조했다. 특히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언론 보도로 소속 검사였던 정 변호사 아들 문제를 인지했을 윤 대통령이, 그를 국수본부장으로 임명해놓고도 사과나 문책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교육부에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브리핑으로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만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도 학폭 종합대책을 거듭 주문했다고 대통령실은 강조했다.

하지만 ‘정순신 사태’가 공분을 일으킨 건 단순히 정 변호사 아들이 학폭 가해자여서가 아니다. 아들 전학 징계에 반발해 대법원까지 ‘끝장 소송’을 이어가며 ‘2차 가해’를 한 당사자인 정 변호사가 인사검증을 통과해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법무부와 대통령실에서 인사검증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윤핵검(윤석열 대통령 핵심 검찰 관계자)들이 검찰 출신 고위공직자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지만, 윤 대통령은 학폭 근절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검찰 출신 봐주기 인사검증’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이 보도된 2018년 11월,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3차장검사,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통상적으로 소속 검사 관련 보도가 나오면 기관장은 사건을 보고받게 돼 있다. 5년 전 학폭 사건을 인지했던 윤 대통령이 정순신 국수본부장 인사안에 결재를 한 모양새다. 경찰 세평이나 법무부 1차 검증에서 이 사건이 누락됐어도, 최종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촉구했지만, 대통령실은 되레 윤 대통령이 국수본부장 임명을 하루 만에 철회하면서 나름 선방했다고 자평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증의 구체적 과정을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어떤 처분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적어도 문제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시정하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즉각적인 검증 시스템 개선도 힘들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보자 자녀 검증 과정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연좌제와 충돌하는 건 아닌지, 검토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문책에는 눈감고 ‘학폭 근절’ 지시로 국면을 전환하려 하자 비판이 이어졌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학폭 근절은 분명히 해야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인사검증 실패 차원”이라며 “(윤 대통령이) 문제의 초점을 공분을 줄이는 식으로 옮기는 것 아닌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고, 검찰 출신 인사만 중용하는 스타일에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어 “윤 대통령은 인사 검증의 실패를 인정해 사과하고, 검증 담당자에 대한 문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송과 전학 지연을 통한 2차 가해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도,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도 필요하다. 피해자가 한명이 아니라 더 있었단 말도 있다”(이재명 대표)며 진상조사 방침을 밝혔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심우삼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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