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왼쪽)·김성주 할머니가 지난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제동원 정부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부가 최근 공식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제3자 변제’ 배상 해법에 국민 절반 이상(59%)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반영되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한 주 전보다 2%포인트 빠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8∼9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일본 가해 기업 대신 국내 재단이 기금을 마련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우선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정부가 내놓은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표본오차 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 응답자의 59%가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없어 반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 관계와 국익을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고, 6%는 의견을 유보했다.
제3자 변제 방식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자(78%), 국민의힘 지지층(67%)에서 많이 나왔고, 정치 성향 보수층과 60대 이상에서는 찬성이 50% 안팎이었지만, 반대도 약 40%로 적지 않다. 갤럽은 여권 지지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응답자 특성에서는 반대가 우세했다고 분석했다.
또 ‘만약 일본 가해 기업이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기부한다면 배상한 것으로 보겠는가’라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64%로, ‘배상한 것으로 보겠다’는 응답(27%)의 2배 이상을 넘었다. 정부는 국내 재단 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우선 배상하고, 추후 일본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본 가해 기업의 미래세대 대상 기부를 배상에 준하는 것으로 보겠다는 응답은 제3자 변제 방안 찬성자(57%),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자(52%), 국민의힘 지지층(47%) 등에서도 60%를 넘지 않았다.
한-일 관계 방향과 관련, ‘우리가 일부 양보하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31%에 불과한 반면 ‘일본의 태도 변화 가 없다면 서둘러 개선할 필요 없다’는 응답이 64%였다. 이와 관련 ‘현재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 등 과거사에 대해 반성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만 ‘그렇다’고 답했다.
강제동원 피해 해결방안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은 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평가에도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떨어진 34%를 기록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포인트 오른 58%였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16%), ‘외교’(13%)가 가장 많이 꼽혔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노조 대응’(17%)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이어 ‘외교’(8%), ‘일본 관계 개선’(7%)을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한편, 지난 조사에서 8개월 만에 20%대를 기록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선 3%포인트 오른 29%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8%로 지난주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정의당은 4%, 무당층이란 응답은 25%에 달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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