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경.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전 정부 봐주기 감사’를 했다며 담당 감사관 5명을 직위해제까지 했던 감사원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감사 결과가 23일 공개됐다. 2019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코드를 잘 따랐는지와 낙하산 기관장 재임 여부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졌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시작된 감사였지만, 정작 그와 관련한 중대한 비위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 감사원이 기재부 등을 상대로 실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감사원은 기재부의 2019년 경영평가 당시 공기업·준정부기관 평가단이 평가지표 배점을 기준과 다르게 설정해 오류가 발생하자 임의로 등급을 변경했는데, 기재부가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재부가 경영평가위원 후보자 선정 기준을 완화하면서, 담당 공공기관으로부터 용역·자문료를 받은 이가 평가위원으로 위촉돼 해당 기관을 평가한 사례도 발견됐다. 가령 2018년 한국철도공사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한 ㄱ 교수는, 같은 해 철도공사에서 자문료 명목으로 9차에 걸쳐 1755만원을 수령했다. 이런 식으로 경영평가단 구성·운영 규정을 위반해 임기 중 평가 기관에서 경제적 대가를 받은 경영평가위원은 2018년 54명, 2019년 53명, 2020년 49명이었다. 하지만 기재부가 공공기관 평가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비위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감사는 2021년 2월 시작됐으나 감사 기간을 연장하자는 유병호 당시 공공기관감사국장과, 그럴 필요가 없다는 최성호 당시 사무총장, 공공기관감사국 ㄱ과장 등이 대립하다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유병호 사무총장이 취임한 뒤 감사가 재개됐다. 유 사무총장은 또, ㄴ과장을 포함한 감사관 5명이 ‘전 정부 봐주기 감사를 했다’며 직위해제하고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등 고강도 감찰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들은 무혐의로 밝혀져 업무에 복귀했고, 유 사무총장 체제에서 재개한 감사에서도 애초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 감사원 안팎에선 유 사무총장이 전 정부를 겨냥해 무리수를 두다 빚어진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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