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3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항일 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백지화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로 대표되는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비판하는 관련 단체들의 항의와 집회는 30일에도 이어졌다.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시민모임 독립, 대한고려인협회, 카자흐스탄 독립운동가후손 청년회 등은 이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항일 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백지화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회견문에서 “윤석열 정부 국방부는 독립전쟁 영웅에게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역사에서 지워내려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있다”며 “역사 쿠데타를 당장 멈추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흉상 철거 시도는)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다하신 독립전쟁 영웅의 명예를 더럽히고,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은 평소 독립운동가에 대한 존경심을 가진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며 “철거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독립운동가의 명예를 훼손하고 반헌법적 행위를 지시한 자는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한 것이다.
회견에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 장군 흉상 철거 계획을 언급한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를 겨냥해 “홍범도·김좌진 장군을 중심으로 독립군이 일본군과 맞선 것을 김일성식 빨치산과 연계시키느냐”고 말했다. 홍 장군은 소련 스탈린 정권에 의해 소련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강제이주 당한 뒤 고려극장 관리인으로 일하다가 광복 전인 1943년 숨졌다. 이회영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은 “친일파 중심의 군인들이 홍 장군 흉상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다가 억눌린 감정이 적개심으로 돌아선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1922년 홍 장군이 극동민족대회 참석 당시 작성한 소련 입국 서류를 제시하면서, 1927년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이 문제라는 국방부 주장도 반박했다.
우 의원은 “입국 서류에 ‘직업은 의병, 목적은 고려 독립’이라고 쓰여 있다”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소련이 도와준다고 하니 그런 것이다. (국방부의 주장은) 지금의 시점에서 (홍 장군을) 이념적으로 매도하는 역사 쿠데타다”라고 말했다. 홍 장군은 입국 서류에 자신의 계층을 ‘농부’라고 썼고, 소속 정당과 노동조합 가입 여부에 관해서는 ‘없소’라고 썼다.
전날에도 25개 독립운동가 기념사업회 등으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이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앞에서 집회를 열어 홍 장군 흉상 철거 철회를 요구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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