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협의 중이던 오는 25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무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그날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열 수 없게 된 탓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24일까지여서, 30년 만의 ‘대법원장 권행대행 체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 25일 본회의 개최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전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데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애초 여야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이균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하기로 협의 중이었다. 그런데 협의의 한 축이 사라지면서 논의도 더 이어갈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은 그 이후에나 진행될 전망이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대법원장 공석 사태도 현실화하게 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24일 끝나기 때문에, 새 대법원장이 국회 임명동의를 얻어 임명될 때까지는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이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대법원장 공석은 1993년 김덕주 대법원장이 재산공개 뒤 투기성 부동산 논란으로 사퇴한 뒤 30년 만이다.
현재 여야가 합의한 다음 본회의는 11월9일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이날 처리될 수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이 꾸려진 뒤 여야가 협상을 통해 국정감사 시작(10월10일) 전인 다음달 4~6일에 본회의를 개최하면, 그보다 빨리 임명동의안을 표결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하자는 기류여서,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어 35년 만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례가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새 후보자를 다시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다시 거쳐야 한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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