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예산 재배치와 관련 “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 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를 시키면 아우성이다.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 이런 얘기까지 막 나온다”며 “그러나 저는 지금 같은 이런 정치 과잉 시대에 유불리를 안 따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 마포구 한 카페에서 소상공인, 택시기사, 무주택자, 청년, 어르신, 주부, 장거리 통학자 등 시민 60여명이 참여한 타운홀 미팅 형식의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예산 재배치로 ‘탄핵’ 이야기가 나온다고 언급하며 “그래서 제가 ‘하려면 하십시오. 그렇지만 여기에는 써야 됩니다. 그렇지만 우리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또 서민들이 죽는다’(고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대통령직을 수행하다 보니까 참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결국은 돈이 든단 말”이라며 “그 돈을 누가 부담할 거냐, 또 재정에서 이걸 쓰려고 하면 예산을 막 늘릴 수는 없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예산 분배에 대한 어려움을 쏟아내고 “다른 데 쓰던 것을, 불요불급한 거를 좀 줄이고 정말 어려운 서민들의 절규하는 분야에다 재배치를 시켜야 되는데 받아오던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저항한다”, “새로이 받는 사람은 정부가 좀 고맙기는 하지만 이 사람들하고 싸울 정도는 안 되는데, 여기서 빼다 여기(다른 쪽) 다 주려고 하면, 받아오다가 못 받는 쪽은 그야말로 정말 대통령 퇴진 운동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예산 대폭 삭감에 반대하는 야당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그런 정치적 부담, 더구나 요새 같은 이런 ‘정치 과잉 시대’에 이런 걸 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점을 먼저 제가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그러나 저는 지금 같은 이런 정치 과잉 시대에 ‘유불리를 안 따지겠다’ 그랬다. ‘선거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말 국민을 위한 정치, 그리고 어려운 분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그랬다. 어제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한 시정연설에서도 그 점을 분명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오늘날과 같은 정치 과잉 시대에 어떻게 보면 서민들이 정치 과잉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이것은 대통령인 제 책임, 또 제가 맡고 있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여러분들 말씀을 잘 경청해서 국정에 제대로 반영하겠다. 모든 것은 제 책임이다. 제가 잘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마포에서 열린 이날 회의 머리발언 앞부분에서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확산세에 영업시간 제한으로 파산한 뒤 세상을 등진 마포 한 호프집 사장 이야기를 꺼내면서 “무엇보다 저로 하여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021년 6월29일 정치 참여 선언을 하면서 “마포의 자영업자는 도대체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 거냐고, 국가는 왜 희생만 요구하는 거냐고 물었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역시 정부라고 하는 것은 국민 안전을 살펴야 되고,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달래줘야 그게 정부”라며 “국민들이 못 살겠다고 절규를 하면 그것을 바로 듣고 문제를 어떤 답을 내놓을 수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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