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와 여당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증액 추진하겠다고 3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부가 알앤디 예산을 지난해 대비 16.6% 삭감한 데 과학기술계의 반발 등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는 이날 경제부처 심사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시작했다.
국회 예결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은 정부 예산이 국회에 제출된 뒤 알앤디 개혁에 대해 현장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해왔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우려를 정부 개혁안에서 어떻게 해소할까 고민해왔다”며 “첫 단계로 연구소와 학교 기업에서 정부과제를 수행하던 젊은 연구자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증액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협의해 청년연구원 인건비 관련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또 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의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과 학생 연구원을 포함한 비정규직 연구원 고용안정을 위한 투자 확대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계속과제가 중단된 중소기업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지원방안도 정부와 협의하도록 하겠다”며 “원천기술, 차세대 기술 등 최첨단 선도 분야 투자 확대를 위해 수요를 발굴하고 국회 심사과정에서 정부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증액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내년도 경제부처 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알앤디가 중요하다고 해서 지출 효율화하는 노력에 구조조정 대상의 성역이 될 수 없다”면서도 “알앤디 예산을 계속 줄이는 게 아니고 전문가들과 학계 의견을 들어 필요한 부분은 대거 증액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알앤디 예산은 25조9000억원으로, 올해 예산(31조1000억원)에 비해 16.6%(5조2000억원) 감소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알앤디 예산삭감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수직의 감축 규모는 1200명 이상으로 예상됐다. 출연연 연수직은 박사후연구원(Post-Doc)과 학생연구원(학·석·박사생), 인턴 등을 말한다.
정부·여당이 뒤늦게 알앤디 예산 증액을 들고 나온 것은 과학기술계와 여론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알앤디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정부는 알앤디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과학기술계에서는 연구개발 위축과 고용불안 등의 이유로 반발했고, 여당 내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알앤디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말했고, 지난 2일 ‘에스비에스(SBS) 디(D)포럼’ 대담에서는 “재임 기간에 알앤디 예산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은 다만 야당이 주장하는 알앤디 예산 ‘원상 복구’에는 선을 그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거나 학생연구원 인건비 등 (정부) 기조에 맞지 않게 삭감된 내용이 있다면 미세조정하겠다는 얘기지, 알앤디 예산을 다 복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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