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3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오는 14일부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가동하고 656조9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증·감액 심사에 들어간다. 여야가 검찰·국가정보원 등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알앤디(R&D·연구개발) 예산 등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예고하면서, 올해도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2일)을 지키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각각 6명, 9명으로 구성된 예산소위는 14~17일 예산안 감액 심사를, 20~24일 증액 심사를 한다.
민주당은 검찰·국정원 등 사정기관의 특활비 예산(1237억원)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여긴 검찰 특활비를 반드시 뿌리 뽑을 것”이라며, 정부가 깎은 알앤디 예산과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새만금 사업 예산 등은 늘리겠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특활비 티에프(TF)’ 회의에서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권력기관인 검찰·국정원·경찰 등이 특활비를 마음대로 쓰는 전횡을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특활비 사용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소명되지 않으면 대폭 삭감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민주당을 향해 “정부 정책을 발목 잡고 민주당에 대한 수사와 감사를 훼방할 목적으로 국회 예산심사권을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이들 기관을 지목해 업무 경비를 깎겠다는 것은 손발을 묶어 그 기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알앤디 예산 증액 방침 등에 대해서도 “예산안의 정책적 효과를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터라 여야의 예산안 힘겨루기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다음달 2일까지인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지키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11월 말까지 소관 상임위원회나 예결특위에서 예산안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이 2014년 시행됐지만, 처리시한을 지킨 사례는 2014년과 2020년 두차례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편성 문제 등으로 12월24일에야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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