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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한동훈의 ‘비밀주의’가 비대위원장 첫 인사 실패 불렀다

등록 2023-12-31 17:32

민경우 비대위원 임명 하루 만에 사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민경우 비대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인 비하’ 발언 등 각종 설화로 논란을 일으킨 민경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29일 공식 임명된 지 하루 뒤인 30일 자진 사퇴했다. 야당은 31일 “인사 참사 시즌2”(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라고 비판했고, 여당 안에서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비밀주의’ 인사 스타일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 위원은 지난 30일 저녁 8시25분 언론 공지를 통해 “제 과거 발언에 대한 논란 때문에 비대위의 출발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오늘 비대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28일 민 위원 지명 사실을 알리며 “대한민국 정치 개혁을 위해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에 앞장설 인사”라고 소개했었다.

하지만 민 위원은 인선 발표 직후, 지난 10월 한 보수단체 토크콘서트에서 “지금 가장 최대의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천만 노인 세대의 지지를 받고 싶다면 즉각 사퇴시키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 위원장은 이튿날 김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 주요 지지기반인 노년층의 여론이 악화하지 않도록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민 위원은 과거 유튜브 채널에서 “해외 식민지를 개척할 때 상당히 정예 일꾼들이 간다. 일본의 청년도 그랬을 것”이라며 일제 식민지 침략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겨냥해 “막무가내로 개기잖아요”라고 한 발언이 잇따라 드러나며 논란을 더 키웠다.

민 위원이 신속하게 사퇴하긴 했지만, 당 안팎에선 한 위원장의 ‘인사 리스크’ 비판이 나왔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장관 시절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자료만 수집한다며 인사 참사 책임을 회피하더니, 이제는 누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것인가”라고 논평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당내 여러 인사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선을 했다면 이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보안을 중시한 폐쇄적 인사가 검증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 위원장은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리는 신년인사회에 참석한다. 또 대전·대구(2일), 광주와 충북 청주시(4일), 경기 수원시(5일) 등 주요 도시를 차례로 방문해 당원들과 인사한다. 당헌·당규에 따라 오는 10일 전까지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해야 하는 만큼, 한 위원장은 조만간 공천관리위원장 인선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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