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갈등 세번째 퇴장 직면
대통령실이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4·10 총선 80일을 앞두고 여당 지도부가 또 교체될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습니다”라고 밝힌 한 위원장이 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뒤 국민의힘 대표는 이준석 대표→주호영 비대위원장→정진석 비대위원장→김기현 대표를 거쳐 한동훈 위원장까지 5명째다. 이 가운데 ‘임시’였던 주호영·정진석 두 사람을 빼도 세명째다. 이 전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처분이 사퇴의 직접적 계기였지만, 배경은 ‘윤심’의 거부였다. 이어 김 전 대표는 윤심에 따라 전당대회에서 승리했으나, 지난달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다가 물러났다.
이번에도 ‘윤심’이 앉힌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다시 윤심의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이용 의원이 김건희 여사 문제에 관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해야 한다고 말한 한 위원장에 대해 의원들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등, 친윤계 의원들이 움직이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둘 중 하나는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직 대통령의 뜻을 여당 대표가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친윤계 의원들도 총선 앞에서 여론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과거처럼 일사불란하게 ‘윤심’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위원장 또한 한달 사이 차기 대선 주자로서 대중적 지지도를 높인 터다.
이날 저녁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접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실이 무슨 권한으로 당대표에게 관두라 마라고 하느냐” “총선 지려고 작정했냐”는 반응을 보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주말 밤에 이건 또 무슨 막장 드라마냐”며 “대통령 자신이 만든 김기현을 내쫓고 직속부하 한동훈을 내려꽂은 지가 한달도 채 안 됐는데 또 개싸움이냐”고 적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대로는 모두 죽는 파국이다. 당의 여러 원로들이 중재에 나서는 등 극적인 돌파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