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전 의원(가운데)이 25일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인사를 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자, 그와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왼쪽), 맹형규 전 의원(오른쪽)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선거인단 투표서 밀렸으나 ‘여론조사’서 뒤집어
‘국민선거인단’ 30%나 참석…‘본선 경쟁력’ 선택
‘국민선거인단’ 30%나 참석…‘본선 경쟁력’ 선택
‘돌풍’의 주인공인 오세훈 전 의원이 결국 5·31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선거 본선 표를 거머쥐었다. 한나라당 안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6개월 넘게 바탕을 다져 온 맹형규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의 ‘조직’을, 경선 출마선언(4월9일) 뒤 겨우 16일 동안의 ‘바람’으로 무너뜨린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다음달 2일 경선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으로 확정되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정치권에서 한발짝 떨어져있던 ‘외부인’들의 경쟁이 된다. 모두 변호사인 두 사람은 시민·사회단체 활동 경력도 비슷하다.
오 후보는 25일 당선 직후 본선 전략에 대해 “정책으로 승부하고 싶다”며 “어느 당의 정책이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서울과 국가의 경쟁력에 영향을 끼칠 것인지 심도있는 토론을 통해 지지를 얻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강남북 불균형 해소에 최우선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에서 내건 ‘노무현 정권 심판론’을 두고 “지방선거의 결과가 정권 심판을 뜻하는 것이지, 심판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임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반대 뜻을 밝힌 뒤, “선거전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이 없도록 당에 촉구할 것이고, 강 전 장관과 열린우리당도 이에 동참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또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지지율과 관련해 “(지지율 선두를) 계속 유지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여론은 출렁댈 수 있으므로 최선을 다해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 전 장관이 자신을 두고 “느낌이 없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오 후보는 “자주 보면 느낌이 생길 것”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이날 경선 결과는 투표수에서 20%를 차지하는 여론조사와 30%인 일반 국민선거인단 투표가 좌우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 후보는 전체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맹 후보에 100표 밀렸으나, 여론조사에서 461표 앞서 대세를 뒤집었다. 애초 참여율 10%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던 일반 국민선거인단도 30% 가까운 1천여명이 참석해 오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0대 돌풍’의 오 후보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5·31 지방선거의 전체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당에서는 최근 공천비리 파문으로 상처입은 당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도 ‘클린 이미지’의 오 후보 당선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재원 기획위원장은 “한나라당도 국민 전체가 좋아하는 후보를 선택했다”며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인 선거 판세에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의 승리로, 그를 경선장으로 이끌어 내는 데 앞장섰던 ‘새정치수요모임’ 등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입지도 한층 넓어질 전망이다. 이들은 앞서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도 김문수·남경필 후보의 단일화를 이뤄내는 정치적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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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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