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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오세훈 “벌써 시장?”…잇단 토론회 취소 ‘빈축’

등록 2006-05-19 19:39수정 2006-05-19 23:51

강금실 열린우리당(오른쪽),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후보가 19일 잠실 향군회관에서 열린 시각장애인협회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해 박주선 민주당 후보가 축사를 하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강금실 열린우리당(오른쪽),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후보가 19일 잠실 향군회관에서 열린 시각장애인협회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해 박주선 민주당 후보가 축사를 하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돈묶고 말은 푼다’선거법 만들었지만 ‘태도 표변’
강금실·박주선·김종철 후보쪽 “벌써 시장됐냐?”

“지지율 1위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벌써 배가 부른 것이냐? 서울시장 됐다고 착각하지 말라.”(열린우리당)

“오 후보가 각종 정책검증 토론회를 회피해 다른 후보자들의 정책설명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취임식 날만 기다리고 있는 거냐. 유권자들의 검증과 평가가 싫다면 당장 후보직을 사퇴하라.”(민주노동당)

현재 서울시장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정책 및 공약 검증을 위해 마련된 각종 토론회에 잇단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정책선거’, ‘메니페스토’ 실현을 내건 오 후보가 지지율 1위를 고수하면서 정책검증의 장인 토론회를 거부하는 것은 판세굳히기만 노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 후보는 17일 예정됐던 KBS 서울시장 양자토론을 “강금실 후보만 참여하는 토론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후보간 형평성’을 들어 불참했던 오 부호의 행동은 당시만 해도 민주당, 민노당 후보들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오 후보가 지난 15일 18일로 예정된 MBC 서울시장 4자 토론과 19일 TBS 주관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 불참 의사를 통보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 이 토론들은 애초 오 후보가 밝힌 대로 ‘후보간 형평성’ 문제도 없었는데도 “일정이 바쁘다”, “토론회는 할 만큼 했다”며 토론회 불참을 선언, 우리당은 물론 민노당과 민주당까지 발끈하고 나섰다.


◇ 정책검증 후보 토론회 안하면 어떻게 공약을 검증?

우리당, “토론 거부는 ‘부자 몸사리기’…이미지 선거로 초지일관하겠다는 것이냐?

오 후보는 또 서울교육혁신연대 주관 ‘교육정책토론회’,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주관 ‘사회복지토론회’(12일), 서울학교급식운동본부 주관 ‘학교급식 정책토론회’(15일)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하는 토론회도 줄줄이 불참을 통보했다. 공개토론회를 통해 부상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던 후보들은 ‘닭 쫓던 개’ 처지가 되었다. 강금실, 박주선, 김종철 후보쪽은 일제히 오 후보의 행태를 “지지율 굳히기를 위한 의도적인 토론회 기피”라며 “비겁하다”고 비난한 뒤 적극적인 토론회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강금실 후보쪽은 “오세훈-강금실 양자토론은 공정성 문제를 들어 4당 초청 토론회를 하자는 논리로 피해갔지만, 실제로는 토론을 안하려고 하려는 속셈이었다”고 비난했다. 오 대변인은 “오 후보는 지지율이 1위라는 점 때문에 정책과 자질 검증의 장을 회피하고 당 지지율에 기대며 서울시장으로서 본인의 소신 없음과 부실함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는 잔꾀”라며 “오 후보의 ‘부자 몸 사리기'는 말과 행동이 다른 비겁한 행위”라고 맹비난한 뒤 오 후보의 토론회 참여를 촉구했다.

◇ 민노당 “오 후보는 서울시장이 아니라 정무 부시장 자리가 더 어울려”

“토론회 기피하고, 유권자를 우롱할 생각이면 당장 후보직 사퇴하라”

김종철 후보쪽 박용진 대변인은 “오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인 양 오만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한 달 사이에 급조된 정책공약의 부족함을 토론회 등으로 보완해야 하는 당사자는 바로 오 후보”라며 “정책 공약에 자신이 없어 각종 토론회마저 취사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책 선거가 아닌 이미지 선거로 초지일관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토론회를 불참할 이유가 없다”고 공격했다.

박주선 후보쪽도 “정책선거를 하겠다고공언하던 후보가 정책 토론회에 불참하겠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오 후보의 토론회 불참은 공약의 허점과 후보검증 기회를 시민들에게 빼앗겠다는 발상이 아닌 이상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후보쪽 나경원 대변인은 19일 “오 후보가 토론회에 참석해서 불리할 것은 없으며, 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을 볼 때 토론도 잘했다는 의미”라며 “다만 선거일까지 참석을 요청받은 토론회가 10여개 남아 있는데 전부 하기는 사실상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거부입장을 재확인했다. 나 대변인은 “준비시간까지 합쳐 하루에 절반을 토론회에 참여하면 거리 유세를 하기 힘들다”며 “종합적인 토론회는 참석하되, 시민 접촉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선별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 오 후보, 국회의원 당시 토론회 중시하는 ‘오세훈 선거법’ 주역…취지 무색

그러나 오 후보의 토론회 불참은 본인이 16대 국회의원 시절 주도해 개정한, 소위 '오세훈 선거법'의 취지를 스스로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 선거법은 “돈은 묶고 발과 말은 푼다”는 취지로 정당연설회, 합동연설회 등 대중 연설회를 폐지하는 대신 방송 연설과 토론회를 활성화하고 인터넷 등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장려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개정된 선거법대로라면 오 후보는 “각종 토론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공약과 정책,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받아야” 한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각 정당이 정책 선거와 ‘메니페스토’ 실천을 최우선으로 유권자에게 약속한 상황인데다, 오 후보 한사람의 불참으로 여타 다른 후보들까지 정책 및 공약,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개정 선거법’의 취지를 무색케할 뿐 아니라 ‘정책 선거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난도 면키 어려워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검증하는 토론회는 앞으로 22일 KBS라디오 5당 토론, 24일 선관위 주최 KBS 중계 5당 토론, 26일 SBS 5당 토론, 22일 여성단체 주관 4당 토론 등만이 남아 있다.

◇ 한나라당 지지율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토론회 기피?’

한편, 한나라당은 오 후보뿐 아니라 경기도지사와 부산시장 선거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후보와 허남식 후보마저 지지율을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토론회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김 후보의 경우 이미 23일 예정된 KBS 라디오 주최 토론회에 불참을 통보했다.

우리당은 18일 논평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허남식 부산시장 후보 등 이른바 빅3 후보들이 방송과 시민사회단체 초청 각종 토론에 불참을 통보하며 토론을 기피하고 있다”며 “후보자의 정견을 국민이 들을 수 있는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의무 불이행에 해당하며, 선거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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