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의장과 김한길 원대대표 등 지도부가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긴급선거대책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엎친 데 덮쳤다.”
열린우리당은 지방선거 유세 도중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피습당한 난데없는 ‘돌발 사건’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후보들의 고전으로 가라앉은 당 분위기는 더욱 침통해졌다.
지도부는 21일 정동영 의장의 제주 유세 등 모든 유세일정을 취소했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도 이날 하루 유세를 하지 않았다. 강 후보 쪽은 “불행한 일을 당한 야당 대표에 대한 예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도부는 사건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주문했다. 정동영 의장은 이날 당사에서 열린 긴급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어떤 경우에도 야만적인 폭력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정 의장과 강 후보는 각각 비서실장을 통해 박 대표의 쾌유를 바라는 난 화분을 전했다.
그렇지만 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열린우리당의 속내는 복잡하기만 한다. 가뜩이나 열세인 선거판에서 당력을 총동원해 선거운동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한나라당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몇몇 당직자들은 “선거는 완전히 물건너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사건 현장에서 난동을 부린 박아무개씨가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으로 밝혀지자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박씨에 대해 즉각 출당조처를 하는 등 신속히 대처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박 대표를 칼로 공격한 지아무개씨의 범죄와 단상에서 난동을 부린 박씨의 행위는 차원을 달리하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사건’이라며 열린우리당이 개입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유감스러운 태도”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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