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쪽부터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강금실 고건
[성한용 선임기자] 범여권 대선 예비주자들의 ‘암중모색’
‘반한나라 전선’ 새판짜기…후보선출은 늦게
김근태·정동영·천정배 ‘경쟁력 높이기’ 고민
강금실, 다음달 본격행보…고건 ‘걸음늦추기’ 암중모색이란 말이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법무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고건 전 총리 등 이른바 ‘범여권’의 대선 예비주자들에게 요즘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튀자니 뾰족한 수가 없고, 가만히 있자니 초조하다. 시간은 부족할 수도 있고, 충분할 수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정권을 한나라당에 공짜로 상납하고, ‘역사적 죄인’이 될 수 있다. 이들의 물밑 움직임은 겉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치열하다. 열린우리당의 예비주자들은 지금 사실상 한 배를 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기력을 먼저 회복시켜야, 연말 이후 정계개편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국민경선제 △기간당원제 △당 구조조정 같은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새판짜기’에 대비한 포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비대위의 한 의원은 23일 새판짜기의 구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쪼개져서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움직인다면 한꺼번에 움직인다. 열린우리당-민주당-국민중심당으로 ‘반한나라’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기본이다. 새로운 정당도 물론 국회의원들이 중심이다. 선거는 대통령 선거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08년 총선까지 길게 내다보고 새로운 정치세력,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열린우리당의 다른 의원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그림이다. 고건 전 총리도 지금의 열린우리당이 아닌, 새로운 판에서는 경선에 참여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파악하고 있다. 대선후보 선출은 가급적 늦출 생각이다. “너무 일찍 뽑아 놓으면 중간에 늘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사실은 한나라당 후보에 따라 카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노선’을 8월까지 잡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개별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여론조사에서 ‘떠야’ 하는 탓이다. 김근태 의장은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정기국회 국면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제 분야에서 민생과 관련한 ‘비장의 카드’를 준비중이다. 독일로 간 정동영 전 의장도 ‘복귀용 카드’를 가다듬고 있다. 다음달 당으로 돌아오는 천정배 장관은 당분간 정중동의 행보가 예상된다. 그는 사회·경제 분야의 개혁 과제에 관심이 많다. 강금실 전 장관은 8월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다. 서울시장 낙선에 대해, 그는 “정말 좋은 경험을 했고,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정치를 하겠다는 태도다. 열린우리당 주자들에 비해 고건 전 총리는 좀 여유가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 때문이다. 그래도 한발한발 행보가 신중하다. ‘국민통합을 위한 고건 대통령 후보 추대 전국 청장년연대’(약칭 고청련)란 단체가 있는데, 지난 22일로 예정됐던 창립대회를 미뤘다. ‘지케이 피플’이란 단체도 20일 창립대회를 연기했다. 수해와 북한의 미사일 문제 때문이라고 하지만, 정치적 고려의 흔적이 엿보인다. 박근혜·이명박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몸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고 전 총리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지 않다고 계산한 듯하다. 다음달 10일 출범하는 ‘희망한국 국민연대’에 대해, 고 전 총리는 최근 “정치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순수한 시민운동 단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고 전 총리의 걸음 늦추기에 대한 열린우리당 쪽 반응이 재미있다. 한 의원은 “고 전 총리는 어차피 열린우리당을 외면하고는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며 “우리당 사정을 고려해 정치 일정을 일부러 늦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의 공보 책임자인 김덕봉 특보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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