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국정원장이 지난 1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유엔 특별기에 오르기 전 풀려난 피랍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카불/공동취재단
자화자찬 보도자료에 인질과 기념촬영까지
‘인질 몸값지급’ 모호한 발언 ‘선글라스 요원’ 공개적 칭잔
‘인질 몸값지급’ 모호한 발언 ‘선글라스 요원’ 공개적 칭잔
김만복(61) 국가정보원장이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 석방 과정에서 자신을 비롯한 국정원 요원들을 언론에 지나치게 드러내고, 인질사태 해결에 대한 자신의 공로를 과잉 홍보하는 등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행태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게다가 논란이 되고 있는 몸값 지급 여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 혼선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1일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석방된 19명과 함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아프간 현지에서 탈레반 측과 한국인 인질 석방의 최종 협상 타결을 직접 진두진휘했다”는 등 자신의 공적을 나열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직접 배포했다. 정부 차원의 노력이나 국정원의 활약상도 아니고, 마치 김 국정원장의 치적을 늘어놓은 듯한 자화자찬성 내용이었다.
김 원장은 이에 앞서 유엔특별기를 타려고 기다리던 카불 공항의 유엔기지에서는 남녀 인질 석방자를 1명씩을 불러내 기념사진을 찍는 등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했다. 석방자들이 머물던 두바이의 ‘두짓두바이’ 호텔에서도 외신 및 국내 언론사들이 사진 촬영에 적극 응하고, 아랍에미리트 주재 적신월사 회원들이 꽃을 나눠주는 것을 보고는 취재진 앞에 스스로 나서 “엔지오(NGO·비정부기구) 단체들의 환송에 감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비행기 안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는, 협상에 나섰던 선글라스를 쓴 남성을 직접 소개하며 “(이라크에서 납치 살해된) 김선일 사건 이후 양성된 중동전문가”라며 “영어에 능통하고 파슈툰어도 잘해서 상대방이 친근감을 느껴 설득할 수 있었다”고 국정원 요원의 신분을 밝혔다. 정보기관 수장의 행동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 원장은 또 ‘몸값을 지급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취재진이 말하자, “몸값은 탈레반이 분명 없다고 했는데 (왜 그런 보도가 나가는지) 모르겠다. 몸값은 그 정도에서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몸값을 치르지 않았다는 정부의 얘기와 달리 몸값을 지급했을 수도 있다는 냄새를 풍기는 말을 한 것이다.
김 원장이 이런 행태에 대해 현장에 있던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를 하려는 것이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 원장은 지난달 22일 아프간으로 출국했으며, 2일 19명의 석방자들과 함께 귀국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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