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 명분 및 반박 논리
‘후보 불안론’은 사실상 경선 불복
‘대북정책’ 과거 이념대결로 회귀
‘대북정책’ 과거 이념대결로 회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지방행이 길어지는 이유는 출마 명분을 다듬고 있기 때문이란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바꿔 말하면 ‘출마의 변’이 그만큼 궁색하기 때문이란 뜻이 된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이 전 총재를 도왔던 한 인사는 “이 전 총재는 매우 논리적인 사람이다. 논리적으로 자신의 출마 명분을 세우려니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 쪽이 내놓은 출마 명분은 크게 ‘불안한 후보론’과 ‘좌파정권 종식론’ 등이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는 이런 출마 명분이 ‘제 논에 물 대기’식 억지 논리라는 비판이 거세다.
■ 불안한 후보론=‘불안한 후보’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대신 ‘도덕적으로 깨끗한’ 이 전 총재가 보수층의 대안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 논리는 정당정치의 핵심 요소인 후보 선출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짓밟는 것으로, 사실상의 경선 불복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정치학)는 “이 전 총재 쪽에서 거론하는 비비케이(BBK) 문제는 예전부터 나온 것”이라며 “이 전 총재가 기회를 보다 지금에야 나오겠다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렇게 생각했다면 일찌감치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했어야 했다. 절차적 정당성을 지닌 후보를 부인한다는 점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정당정치를 실종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학)도 “후보직을 박탈해야 할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는 이 전 총재가 아닌 후보를 뽑은 한나라당이 결정할 문제”라며 “여론조사에서 20% 이상 지지를 받았다 해서 당원들의 합당한 권리를 뺏을 순 없다”고 비판했다.
■ 내분 문제삼으며 당 분열=‘이 후보가 당 화합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 전 총재의 출마 명분 현실성이 없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명박 후보가 애초에 박근혜 전 대표쪽과 제대로 화합을 잘했다면 이 전 총재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때 이 전 총재를 도왔던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당 화합을 명분으로 삼는 분이 당 분열을 앞장서 도모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 좌파정권 종식론=이흥주 특보는 이 후보의 정책 중 “대북정책이 제일 문제”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의 대북화해 정책이 보수 본류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좌파정권을 종식하기 위해 이 전 총재가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역시 전통적 보수층을 겨냥한 정치공학적 성격이 짙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이 전 총재와 이 후보의 대북정책은 ‘북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대북지원·경협’이라는 줄거리에선 같지만, 북핵 해결 이후의 대북접근 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비핵개방 3000’으로 대표되는 이 후보의 공약은 2차 남북 정상회담 실현, 북-미 화해 기류 등을 통한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 변화 조짐에 적극 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른바 ‘평화 이슈’의 주도권을 범여권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결국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의 대북정책을 문제 삼는 것은 한반도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 이념대결 시대로의 회귀를 유도함으로써, 자신의 과거 지지 기반을 회복하겠다는 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현실은 이미 너무 많이 변해 있는데, 이 전 총재만 나홀로 ‘흘러간 노래’를 틀고 있는 것이다. 김민전 교수는 “냉전시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현재 국민들은 이전의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평화’와 ‘경제’를 같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원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국가정체성 명분에 국민들이 동의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결국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의 대북정책을 문제 삼는 것은 한반도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 이념대결 시대로의 회귀를 유도함으로써, 자신의 과거 지지 기반을 회복하겠다는 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현실은 이미 너무 많이 변해 있는데, 이 전 총재만 나홀로 ‘흘러간 노래’를 틀고 있는 것이다. 김민전 교수는 “냉전시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현재 국민들은 이전의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평화’와 ‘경제’를 같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원하고 있다. (이 전 총재의) 국가정체성 명분에 국민들이 동의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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