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서울선대위 및 가족행복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대선후보 리더십 검증- 정동영
열린우리 창당·개성공단 추진 등 ‘속전속결’
민주당과 합당 불발 등 위기 상황서 ‘한계’
적 만들지 않아…‘핵심 잘 모르겠다’ 지적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리더’ 경험이 그리 길지 않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차례 지냈지만 10개월에 불과하고, 통일부장관 재임 기간(1년6개월)을 합쳐도 2년반이 안된다. 짧은 기간인데도 그는 거침없이 내달리는 ‘몽골기병’의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그러나 그가 탄 말이 달리는 방향을 알 수 없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많이 듣고 빨리 실천=정 후보는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다. 말을 중간에 자르는 일도 없다. 스스로 “기자는 듣는 직업인데, 저는 기자 출신이다. ‘그레이트 리스너’, 누구보다 많이 듣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다. 측근들은 ‘청취형 리더십’, ‘소통형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의사결정 형태는 ‘변증법적’이다. 한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양쪽의 주장을 들은 뒤 마지막에 자신이 판단하는 편이다. 이목희 통합신당 의원은 “전화를 무지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가 통일부장관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이끌 때다. 그는 매주 목요일 공식회의가 끝난 뒤 각 장관의 관사를 돌며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를 정례화했다. 외교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까다로운’ 부처들이 자기 얘기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 준 것이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3~4시간씩 이어지는 각 부처의 논리를 귀담아들었고, 그 인내심은 ‘잡음없는 안전보장회의’라는 평가를 낳았다고 한다. 정 후보는 일단 듣고 옳다 싶으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스타일이다. 결단의 속도가 빠르다. 옛 민주당 시절 서슬 퍼런 권노갑 부총재에 맞선 정풍운동과 열린우리당 창당은 그의 ‘몽골기병’ 기질을 여실히 보여줬다. 2004년 총선 직전, 열린우리당 당사 보증금에 불법 대선자금이 일부 포함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 의장이었던 그가 이 사실을 보고받은 게 오후 1시였고, 폐허로 버려져 있던 농협 공판장 건물을 찾아내고 직접 방문한 뒤 새 당사로 결정한 게 밤 10시였다. 총선 과정에서 자신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비례대표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2004년 7월 통일부장관 취임 직후 ‘개성공단 100일 작전’이란 계획을 세우고, 팔짱만 끼고 있던 미국과 북한, 국내기업들을 설득해 그 해 12월 첫 양은냄비를 생산해 낸 것도 그의 추진력과 집중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약함과 ‘덜컥수’=위기 상황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때가 적지 않다. 빨리 결단하려다가 무리수를 두는 식인데, 최근 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다 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당함을 내세우고 있으나, ‘읍소형’으로 흐를 때도 적지 않았다. 2006년 지방선거 때 그는 일찌감치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당내에서는 “장수가 싸움도 하기 전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한 지도력을 바라는 유권자들에게는 큰 감점요인이다. 그는 좀체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를 영입할 때 “적을 최소화하라”고 충고했고,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한다. 적을 만들려 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때때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2005년 유시민 의원이 ‘실용-개혁’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공격할 때, 그는 침묵했다. 당시 30%에 가깝던 지지율은 순식간에 곤두박질 쳤다. 2006년 김두관 전 장관이 그의 ‘지방선거 이후 민주개혁세력 대통합’에 반발해 당 의장 사퇴를 주장했을 때도 그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론에도 침묵했다. 정 후보가 구현하려는 정치의 핵심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도 많다. 이번 대선에서도 구호와 이벤트만 넘치고 ‘내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많이 듣고 적을 두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넓다. 그런데 정 후보 자신이 정책에 대한 철학과 확신이 부족하다보니 유약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보기 좋은 태도와 성격을 가졌음에도 정작 관객은 정 후보가 무엇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인간관계 ‘살가움’대신 ‘실용적’ 관계맺기 정동영 후보에게는 ‘살가움’이 없다. 수줍은 성격 탓이다. 의원들도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거리감을 얘기할 때가 많다. 그는 정치권에서 흔히 중시되는 ‘호형호제’식 인연이나 의리 등에는 집착하지 않는 편이다. 관계를 맺을 때는 ‘실용적 측면’을 따지는 경향이 크다. 자신의 부족한 면을 보완해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손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류근관·김하수 교수 등 현재 선거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자문위원 상당수는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 후보가 정치권을 떠나 있을 때 지속적으로 찾아가 ‘자기 사람’으로 만든 이들이다. 그러나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상당히 신중해, 꾸준히 만나면서 관계를 쌓아가는 스타일이다. 정기남 공보특보는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장점과 능력을 살피는 스타일이어서, 오히려 상대방이 ‘왜 마음을 안 주냐’고 섭섭해 할 정도”라고 말했다. 가까운 참모들은 “정 후보가 먼저 사람을 버리는 법이 없다”고 말한다. 한 번 인간 관계를 맺으면 오래 간다는 것이다. 정 후보의 보좌진 중에는 초선 의원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이들이 많다. 이지은 기자
민주당과 합당 불발 등 위기 상황서 ‘한계’
적 만들지 않아…‘핵심 잘 모르겠다’ 지적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리더’ 경험이 그리 길지 않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차례 지냈지만 10개월에 불과하고, 통일부장관 재임 기간(1년6개월)을 합쳐도 2년반이 안된다. 짧은 기간인데도 그는 거침없이 내달리는 ‘몽골기병’의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그러나 그가 탄 말이 달리는 방향을 알 수 없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많이 듣고 빨리 실천=정 후보는 남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다. 말을 중간에 자르는 일도 없다. 스스로 “기자는 듣는 직업인데, 저는 기자 출신이다. ‘그레이트 리스너’, 누구보다 많이 듣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다. 측근들은 ‘청취형 리더십’, ‘소통형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의사결정 형태는 ‘변증법적’이다. 한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양쪽의 주장을 들은 뒤 마지막에 자신이 판단하는 편이다. 이목희 통합신당 의원은 “전화를 무지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가 통일부장관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이끌 때다. 그는 매주 목요일 공식회의가 끝난 뒤 각 장관의 관사를 돌며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를 정례화했다. 외교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까다로운’ 부처들이 자기 얘기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 준 것이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3~4시간씩 이어지는 각 부처의 논리를 귀담아들었고, 그 인내심은 ‘잡음없는 안전보장회의’라는 평가를 낳았다고 한다. 정 후보는 일단 듣고 옳다 싶으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스타일이다. 결단의 속도가 빠르다. 옛 민주당 시절 서슬 퍼런 권노갑 부총재에 맞선 정풍운동과 열린우리당 창당은 그의 ‘몽골기병’ 기질을 여실히 보여줬다. 2004년 총선 직전, 열린우리당 당사 보증금에 불법 대선자금이 일부 포함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 의장이었던 그가 이 사실을 보고받은 게 오후 1시였고, 폐허로 버려져 있던 농협 공판장 건물을 찾아내고 직접 방문한 뒤 새 당사로 결정한 게 밤 10시였다. 총선 과정에서 자신의 ‘노인 폄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비례대표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2004년 7월 통일부장관 취임 직후 ‘개성공단 100일 작전’이란 계획을 세우고, 팔짱만 끼고 있던 미국과 북한, 국내기업들을 설득해 그 해 12월 첫 양은냄비를 생산해 낸 것도 그의 추진력과 집중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약함과 ‘덜컥수’=위기 상황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때가 적지 않다. 빨리 결단하려다가 무리수를 두는 식인데, 최근 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다 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당함을 내세우고 있으나, ‘읍소형’으로 흐를 때도 적지 않았다. 2006년 지방선거 때 그는 일찌감치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당내에서는 “장수가 싸움도 하기 전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한 지도력을 바라는 유권자들에게는 큰 감점요인이다. 그는 좀체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를 영입할 때 “적을 최소화하라”고 충고했고,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한다. 적을 만들려 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때때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2005년 유시민 의원이 ‘실용-개혁’ 논쟁을 불러 일으키며 공격할 때, 그는 침묵했다. 당시 30%에 가깝던 지지율은 순식간에 곤두박질 쳤다. 2006년 김두관 전 장관이 그의 ‘지방선거 이후 민주개혁세력 대통합’에 반발해 당 의장 사퇴를 주장했을 때도 그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론에도 침묵했다. 정 후보가 구현하려는 정치의 핵심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도 많다. 이번 대선에서도 구호와 이벤트만 넘치고 ‘내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신당의 한 초선 의원은 “많이 듣고 적을 두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넓다. 그런데 정 후보 자신이 정책에 대한 철학과 확신이 부족하다보니 유약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보기 좋은 태도와 성격을 가졌음에도 정작 관객은 정 후보가 무엇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인간관계 ‘살가움’대신 ‘실용적’ 관계맺기 정동영 후보에게는 ‘살가움’이 없다. 수줍은 성격 탓이다. 의원들도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거리감을 얘기할 때가 많다. 그는 정치권에서 흔히 중시되는 ‘호형호제’식 인연이나 의리 등에는 집착하지 않는 편이다. 관계를 맺을 때는 ‘실용적 측면’을 따지는 경향이 크다. 자신의 부족한 면을 보완해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손 내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류근관·김하수 교수 등 현재 선거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자문위원 상당수는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 후보가 정치권을 떠나 있을 때 지속적으로 찾아가 ‘자기 사람’으로 만든 이들이다. 그러나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상당히 신중해, 꾸준히 만나면서 관계를 쌓아가는 스타일이다. 정기남 공보특보는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장점과 능력을 살피는 스타일이어서, 오히려 상대방이 ‘왜 마음을 안 주냐’고 섭섭해 할 정도”라고 말했다. 가까운 참모들은 “정 후보가 먼저 사람을 버리는 법이 없다”고 말한다. 한 번 인간 관계를 맺으면 오래 간다는 것이다. 정 후보의 보좌진 중에는 초선 의원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이들이 많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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