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작가들이 본 2007 대선
② 대전-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세밑이 다가와 모임들이 줄을 잇는다. 저녁 모임에 맞춰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향했다. 길거리에는 낙엽을 비우고 앙상하게 서 있는 가로수들이 남은 시간의 여운을 길게 끌고 있었다. 아직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하지는 않았으나 조만간 가로수들이 꼬마전구 장식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약속 시간에 맞춰야 하기에 택시기사에게 채근하면서 은근히 이번 대선에 대해 물어본다.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네요.” 기사도 굳이 대선 이야기를 논하고 싶지 않은 눈치다. 그렇다. 이번 대선을 두고 대전·충청권의 흐름은 다소 모호한 분위기다. 각 당의 선거운동원들이 찾아와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아직까지도 크게 달아오른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모르는 일이다. 이 지역 정서의 완만한 성향들이 며칠 후에는 대세를 장악해 대선 전체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을지도. 아닌 게 아니라 엊그제 대전·충청권 후보의 연대가 초첨이 되어 떠오르지 않았는가. 지역 연고 내세우지만
그다지 신뢰 못받는듯
무사안일 깨고 상생 이끌어낼
그런 후보가 대통령 되었으면 어둠이 내리는 거리에는 각 정당의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었으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흥미를 갖지 않는 눈치다. 어찌 보면 대선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 시점이 대단히 중요하겠는데, 12명씩이나 입후보 등록을 하는 혼전 양상을 보였고, 그 가운데 3파전의 양상이 뚜렷하게 겹치면서 흥미를 잃게 했는지도 모른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부르짖고, 비비케이(BBK) 수사 발표를 코앞에 두었으나 이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하다. 이번 대선은 각 정당의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듯했지만 너무 오래 끌어온 과정 탓인지 시민들의 반응은 정작 담담한 듯하다. 대전·충청권은 그동안 대선에서 변수로 작용하는 위치에 놓였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이 지역과 연계를 갖는 후보들도 출마하면서 선거에 대한 반응은 새로운 양상을 띠고 전개되기도 한다. 대전·충청권의 입장에서는 이 지역 후보의 출마로 선거전의 외연이 넓어졌지만 그들도 그다지 신뢰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지역적 연고를 강조하며 표를 찍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그다지 큰 세력을 형성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친구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시를 쓰는 동인들의 송년 모임을 앞당겨 마련한 자리였다. 친구들도 고기를 굽고 소주를 따르며 이따금씩 지난 일년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던지지만, 굳이 대선 이야기는 피해 가려는 눈치다. 그러고 보면 요즈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열띤 토론이나 활력보다는 관망하고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의 모든 게 안개 국면에 놓여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어렵사리 대선에 관하여 이야기의 물꼬를 터놓았으나 “다 그럴 줄 알았어” 하면서 이내 다른 쪽으로 옮겨 간다. 한 친구의 관심은 결국 선거든 일상이든 경제가 아니냐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이번 선거는 경제가 관건이 될 듯하다. 또 누구든 일단은 당을 바꾸어야 하지 않겠냐고도 한다. 그러므로 이번 대통령 선거의 흐름은 지극히 단순한 ‘변화와 발전’이라는 측면으로 기울어지는데, 그것도 ‘좀더 윤택한 생활을 위하여’라는 문제 위에서 이해되는 것 같았다.
우리 문학 모임도 1990년대 초기의 열정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그 당시는 밤을 새우며 문학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몸살을 앓았지만, 이제 우리도 중년의 시간대로 접어들어서인지 대략 무사안일 쪽으로 한발씩 다가서 있는 듯하다. 그것은 세대론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의 한 반영일 것이다. 그 점에서도 이번 대선의 중요성은 인지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에 커다란 활력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회복시켜 상생의 장으로 나아갈 후보가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서는 발길들 사이로 겨울은 찌뿌듯한 모습으로 골목을 채우고 있고, 각자 흩어져 가는 길들은 어둠 속에 박혀 있었다. 흐리고 혼탁한 하늘에서는 송이눈이라도 곱게 내려주었으면 하였으나 그러할 낌새도 없었다. 정가를 떠도는 얽힌 문제들로 인해서 분위기는 낮게 가라앉고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은 싸늘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김완하 (시인·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② 대전-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세밑이 다가와 모임들이 줄을 잇는다. 저녁 모임에 맞춰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향했다. 길거리에는 낙엽을 비우고 앙상하게 서 있는 가로수들이 남은 시간의 여운을 길게 끌고 있었다. 아직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하지는 않았으나 조만간 가로수들이 꼬마전구 장식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약속 시간에 맞춰야 하기에 택시기사에게 채근하면서 은근히 이번 대선에 대해 물어본다.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네요.” 기사도 굳이 대선 이야기를 논하고 싶지 않은 눈치다. 그렇다. 이번 대선을 두고 대전·충청권의 흐름은 다소 모호한 분위기다. 각 당의 선거운동원들이 찾아와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아직까지도 크게 달아오른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모르는 일이다. 이 지역 정서의 완만한 성향들이 며칠 후에는 대세를 장악해 대선 전체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을지도. 아닌 게 아니라 엊그제 대전·충청권 후보의 연대가 초첨이 되어 떠오르지 않았는가. 지역 연고 내세우지만
그다지 신뢰 못받는듯
무사안일 깨고 상생 이끌어낼
그런 후보가 대통령 되었으면 어둠이 내리는 거리에는 각 정당의 선거운동이 펼쳐지고 있었으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별로 흥미를 갖지 않는 눈치다. 어찌 보면 대선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 시점이 대단히 중요하겠는데, 12명씩이나 입후보 등록을 하는 혼전 양상을 보였고, 그 가운데 3파전의 양상이 뚜렷하게 겹치면서 흥미를 잃게 했는지도 모른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부르짖고, 비비케이(BBK) 수사 발표를 코앞에 두었으나 이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하다. 이번 대선은 각 정당의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듯했지만 너무 오래 끌어온 과정 탓인지 시민들의 반응은 정작 담담한 듯하다. 대전·충청권은 그동안 대선에서 변수로 작용하는 위치에 놓였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이 지역과 연계를 갖는 후보들도 출마하면서 선거에 대한 반응은 새로운 양상을 띠고 전개되기도 한다. 대전·충청권의 입장에서는 이 지역 후보의 출마로 선거전의 외연이 넓어졌지만 그들도 그다지 신뢰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지역적 연고를 강조하며 표를 찍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그다지 큰 세력을 형성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친구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시를 쓰는 동인들의 송년 모임을 앞당겨 마련한 자리였다. 친구들도 고기를 굽고 소주를 따르며 이따금씩 지난 일년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던지지만, 굳이 대선 이야기는 피해 가려는 눈치다. 그러고 보면 요즈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열띤 토론이나 활력보다는 관망하고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의 모든 게 안개 국면에 놓여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어렵사리 대선에 관하여 이야기의 물꼬를 터놓았으나 “다 그럴 줄 알았어” 하면서 이내 다른 쪽으로 옮겨 간다. 한 친구의 관심은 결국 선거든 일상이든 경제가 아니냐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이번 선거는 경제가 관건이 될 듯하다. 또 누구든 일단은 당을 바꾸어야 하지 않겠냐고도 한다. 그러므로 이번 대통령 선거의 흐름은 지극히 단순한 ‘변화와 발전’이라는 측면으로 기울어지는데, 그것도 ‘좀더 윤택한 생활을 위하여’라는 문제 위에서 이해되는 것 같았다.
우리 문학 모임도 1990년대 초기의 열정과는 많이 달라져 있다. 그 당시는 밤을 새우며 문학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몸살을 앓았지만, 이제 우리도 중년의 시간대로 접어들어서인지 대략 무사안일 쪽으로 한발씩 다가서 있는 듯하다. 그것은 세대론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의 한 반영일 것이다. 그 점에서도 이번 대선의 중요성은 인지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에 커다란 활력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회복시켜 상생의 장으로 나아갈 후보가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서는 발길들 사이로 겨울은 찌뿌듯한 모습으로 골목을 채우고 있고, 각자 흩어져 가는 길들은 어둠 속에 박혀 있었다. 흐리고 혼탁한 하늘에서는 송이눈이라도 곱게 내려주었으면 하였으나 그러할 낌새도 없었다. 정가를 떠도는 얽힌 문제들로 인해서 분위기는 낮게 가라앉고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은 싸늘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김완하 (시인·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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