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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살벌한 강자

등록 2007-12-15 10:17수정 2007-12-15 14:15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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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압도적 지지 이명박, 강자의 미덕없는 독선

요즘 한나라당 대변인들의 논평을 들으면 살벌하게 느껴진다. 정동영 후보 지지 연설을 한 이장춘 전 대사를 나경원 대변인이 비난했다.

“이장춘 전 대사는 외교부 재직시에도 문제가 많았던 인물이다. 인사에 불만을 품고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조직의 논리를 부정하는 글을 언론에 게재하는 등 외교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게 내부 여론이다. 이명박 후보와도 안면이 있어 이 후보 쪽에 접근을 시도했으나 그의 평판과 전력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하여 거리를 두었다.”

인신 공격이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인 홍준표 의원도 대변인 비슷한 일을 맡고 있는데, 더 심하다. 이회창 후보를 향해 내뿜은 독설의 한 대목은 이렇다.

“70살 노인네가 이삭 주으러 돌아다니는 게 참 안타깝다. 사람이 망가져도 저렇게 망가질 수가 있는가. 참 불쌍하고 안타깝다. 이제라도 정신을 좀 차리셔서 한나라당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홍준표 의원은 ‘이명박 인터뷰 동영상’을 내려받은 사람들도 처벌해야 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아무리 선거판이지만 너무 한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변인들도 독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약자’라는 핸디캡을 참작해 주어야 한다. 관용은 ‘강자’의 미덕이다. 이명박 후보는 지금 40%대의 초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에는 상대방을 짓이겨 버리겠다는 사생결단식 증오만이 횡행한다. 1997년 김대중 후보,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민주당은 그러지 않았다.

원로급인 박희태 의원에게 한나라당의 이런 분위기는 잘못된 것 아니냐고 추궁해 보았다. 그는 민자당, 신한국당에서 품위있는 논평으로 ‘명대변인’ 소리를 듣던 사람이다. 한마디로 “옳은 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전쟁 중이니까 좀 너그럽게 생각해 달라”고 후배들을 감쌌다.


이런 상황의 심각성은 대변인들의 품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변인들은 자신이 대변하는 ‘보스’의 생각과 정서를 전달한다. 나경원 홍준표 의원의 ‘살기’는 이명박 후보에게서 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독기와 증오는 선거에서 압승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는 몰라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국정 이끌 로드맵도 구체성 없이 구호뿐…대선 뒤가 걱정된다

유권자들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후’의 세상에 대해 걱정이 많다. 이명박 후보는 갈등을 봉합하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정말 그렇게 될까? 검찰을 움직여 정치보복을 하진 않을까? 경제를 살리겠다며 무리한 경기부양책을 쓰진 않을까? 한반도 운하를 밀어붙이지 않을까? 남북관계가 얼어붙지 않을까?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하면 ‘독선으로 나라를 망치지 않을까’가 된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 지금, 그리고 앞으로, 꼭 필요한 덕목은 관용과 아량이다. 그런데 없다. 그렇다고 국정을 이끌기 위한 다른 수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몇 가지만 따져 보자. 한나라당에는 청사진이 없다. 공약집을 아무리 살펴 보아도 구체적인 일정과 재원마련 대책은 없다. 구호와 목표만 열거해 놓았다. 지난 10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인재풀도 없다. ‘줄을 선 사람들’은 많지만 국정 경험과 도덕성, 인품을 갖춘 반듯한 인물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청사진과 인재풀이 없는 것은 엄밀히 말해 이명박 후보만의 잘못은 아니다. 정당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한 정치 풍토, 공적 영역에서 인재 양성을 게을리 한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그래도 이명박 후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실력도 없는데 독선적이면 김영삼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된다. 압도적 지지율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필요한 조건일 뿐이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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